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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만 남았던 가자 10살 소년, 끝내 사망…온몸으로 전쟁 참상 알려

입력 | 2024-03-10 20:34:00


영양 실조 등에 시달리다 4일 숨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뇌성마비 소년 야잔 카파르네가 사망 전날인 3일 병원에 누워있는 모습. 출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흡사 해골처럼 보이는 창백한 피부에 날카롭게 튀어나온 턱, 뼈만 남은 듯한 깡마른 몸에 초점을 잃은 눈으로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던 사진 속 한 소년. 손엔 주사바늘을 꽂은 채 시체처럼 침대에 누워있던 그의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되면서 소년은 온몸으로 가자지구의 비참한 상황을 증언했지만 끝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영양실조 상황 속에서 호흡기 감염과 뇌성마비 등 투병 끝에 숨진 가자지구의 10살 소년 야잔 카파르네가 4일 이미 숨졌다고 보도했다. 현재 육로를 통한 인도적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기아와 영양실조로 신음하는 가자지구의 열악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출처 X (옛 트위터)

사진출처 X (옛 트위터)

숨진 야잔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었다. NYT에 따르면 그는 전쟁 이전에는 비영리단체가 파견한 물리치료사가 야잔의 집에서 물리·약물치료 등을 통해 수영을 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그리고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이후 야잔의 가족이 모두 피란길에 오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야잔은 부드러운 형태의 고(高)영양식이 필요했는데 이는 피란 중에는 구할 수 없었으며, 남들보다 면역력이 약한 탓에 비위생적 대피소를 떠나 수차례 거처를 옮겨야 했다.

마지막엔 야잔의 가족이 도착한 곳은 이스라엘이 최근 대대적 지상군 투입을 공언했던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이곳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야잔은 영양실조에 호흡기 감염증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숨졌다. 그를 치료한 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영양 부족으로 인한 면역 체계 악화가 주된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진출처 X (옛 트위터)

소년 야잔을 비롯해 최근 가자지구에선 어린이, 노인 20여 명이 기아와 탈수 증세로 사망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최근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영양실조로 사망한 어린이 중 2명이 태어난 지 이틀도 안 된 영아라고 밝혔다. 구호 단체들은 가자지구에서 영양실조로 인한 ‘죽음의 행렬’이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구호단체인 기아대책행동(Action Against Hunger)의 헤더 스토보 박사는 NYT에 “어린이가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결국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영양실조가 아니었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가자지구 북부의 2세 미만 아동 중 약 15%, 남부는 5%가 급성 영양실조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제사회는 육로를 통한 구호품 수송 트럭의 가자지구 진입이 어려워지자 식량과 의료용품 등 구호품을 공중에서 떨어뜨리는 작전을 펼쳐왔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충분한 물량을 전달하기에 어려우며 최근 낙하산이 잘못 투하돼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하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