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29만개로 생물 멸종 영향 분석 7도 이상의 기온 변화 경험하거나 몸집 작은 동물일수록 생존에 취약
극지방에 서식하는 대표적 생물종인 북극곰이 얼음 위에서 뛰어오르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서식지가 넓지 않고 몸집이 작은 생물종일수록 멸종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 기후현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향후 국지적인 범위에서 기후가 크게 바뀐다면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에린 소프 영국 옥스퍼드대 지구과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은 9200종 이상의 화석 29만 개를 분석해 생물종의 멸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후변화 요소를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7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체감될 정도의 기후변화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생물 멸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확인되면서 생물종을 보호하는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변화는 지구에서 살던 수많은 종들이 단기간에 사라지는 ‘대멸종’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종의 멸종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그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식 반경이나 몸집의 크기도 멸종 위험의 중요한 예측 변수였다. 우선 서식 반경이 더 넓은 생물종들은 멸종될 가능성이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몸집 면에서는 큰 동물보다 작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식지 온도 특성, 서식 반경, 몸집 등 여러 변수들이 겹칠수록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멸종이라는 결말을 맞이할 확률이 높았다. 연구팀은 생물종 자체의 특성 외에 얼마나 극심한 기후변화가 일어났는지도 생물종 멸종의 중요한 예측 변수였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현대 사회에서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로 이미 많은 생물종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소프 교수는 “과거로부터 축적된 증거와 예상되는 기후변화 추정치를 고려했을 때 지구의 생물 다양성이 참혹한 미래에 직면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6번째 대멸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과거 지구에서 일어난 대멸종 중 가장 규모가 컸던 백악기 말기 ‘5번째 대멸종’에선 생물종의 75%가 사라진 바 있다.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생물종 멸종에 대처하기 위한 연구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다른 멸종 동인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수에 이산화탄소가 용해돼 산성도가 강해지는 해양 산성화나 해수의 산소 고갈은 기후변화 외 생물종 유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환경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양 산성화의 주된 원인은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이다.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댄 런트 영국 브리스틀대 교수는 “지구의 역사상 해양생물의 멸종은 기후변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극심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행위에 대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