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유럽 ‘스타’ 기업 증시 쏠림 현상 한국엔 혁신 주도할 스타 기업 안 보여
김현수 뉴욕 특파원
“해외 투자자에게 왜 한국 주식은 덜 매력적인가요?”
요즘 미국 월가 관계자들을 만나면 꼭 하는 질문이다. 제대로 된 답을 듣기는 어려웠다. 한국 시장에 큰 관심이 없거나, 너무 복잡한 요인이 많아 뭐라고 딱 답을 내리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경제 부문 총괄인 클라우디오 이리고옌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외신 간담회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한국 기업이 저평가된 게 아니라 미국 기술 기업이 고평가된 것일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지역은행 주식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특정 기업이 전체 미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미국 경제의 ‘나홀로’ 성장 속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본 마인드가 AI 등 혁신 분야 ‘스타’에 쏠려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한국 경제가 기술 혁신보다 여전히 중국 중간재 수출 기지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이 아쉽다. 한국 기업이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 된 게 아니라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는 ‘혁신 스토리’에서 멀어진 것은 아닌가 싶은 대목이다.
미국은 강력한 소비 활동과 AI 덕에 경제의 기본 스토리가 ‘고물가-고금리’에서 ‘침체 따위는 없다’로 바뀌었다. 벤치마크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올 들어 16번째 신기록을 낸 이유다. 엔비디아는 8일 차익매물 실현에 따른 5%대 주가 하락에도 올 들어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320조 원) 이상 늘었다. 엔비디아 칩을 제조하는 대만 TSMC도 AI 시대의 핵심 기업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일본 증시 또한 가치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등의 관심을 받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최근 주주서한에서도 “일본의 주주 정책이 미국보다 낫다”고 호평했다. 골드만삭스 또한 ‘M7’에 대항할 만한 일본 기업 7곳, 즉 ‘사무라이7’을 주목하고 있다.
성장률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에서도 스타 기업이 범유럽 지수 스톡스(Stoxx)600의 기록 경신을 이끌고 있다. 바로 비만약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다. 1년 동안 80% 상승했고, 최근에는 테슬라 시가총액도 넘어섰다. 노보노디스크와 반도체 장비기업 ASML 등 앞글자를 딴 ‘그래놀라스(GRANOLAS)’의 유럽 10개 기업도 최근 투자자의 인기를 끌고 있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