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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 백화점’ 떠오른 다이소, 비결은 트렌드 읽기

입력 | 2024-03-11 03:00:00

[경제 Inside Out]
다이소 작년 매출 3조원 추정



올해 문을 연 다이소 스타필드 수원점. 다이소 제공


“이 립펜슬 사주면 동생이 좋아할 거예요.”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인근 다이소 대치본점. 기자는 화장품 매대 앞에서 여중생 2명에게 중학생인 친척 동생에게 선물할 화장품을 추천받았다. 두 학생에게 “너무 값싼 화장품 사줬다고 동생이 싫어하진 않을까요?”라고 물으니 이들은 “요즘 ‘틱톡’에서 유명한 거라 동생이 좋아할 것”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알뜰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다이소가 요샌 초중등 학생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얻으며 ‘10대의 백화점’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0대가 주로 쓰는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다이소 추천템’이나 ‘다이소 화장품’을 검색하면 다이소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최근 고물가 기조로 가성비 소비가 늘어난 데다 기존의 고객층 외에 10대 고객까지 끌어당기며 다이소는 성장에 탄력을 받고 있다. 다이소 매출은 2022년 기준 2조9457억 원으로 5년 전인 2017년(1조6457억 원)보다 80% 가까이 올랐다. 이는 스타벅스(2조9295억 원)나 올리브영(2조7809억 원)의 2022년 매출액을 넘어선 수준이다.

지난해 다이소 매출은 아직 회계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업계에서는 3조 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소 매장도 매년 늘어 2021년 1390개에서 2022년 1442개, 2023년 1519개로 증가했다.

다이소의 성장 비결로 ‘가성비’를 빼놓을 수 없지만 최근엔 ‘10대 트렌드’를 잘 읽어내고 있다는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연예인 폴라로이드 사진이나 다이어리를 꾸미는 소품부터 중저가 브랜드 화장품까지 다이소에서는 10대를 겨냥한 제품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했다.

요즘 다이소는 10대 사이에서 ‘폴꾸’(폴라로이드 사진 꾸미기) 아이템의 성지로 불린다. 2021년 다이소에서 파는 ‘6공 바인더 파일’과 ‘OPP 포장지’ 등이 10대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잘 팔리기 시작했다. 해당 제품들이 우연하게도 아이돌 사진을 명함 크기로 만든 ‘포토 카드’와 규격이 맞았던 덕분이다.

이를 포착한 20대 젊은 다이소 문구 상품기획자(MD)들은 틱톡과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소품 전문가게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돌며 10대 아이돌 문화를 조사했다. 이들은 시장조사를 통해 요즘 10대가 단순히 귀엽고 알록달록한 색채보단 차분한 느낌이나 ‘뉴진스’ 등 걸그룹이 가진 하이틴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다이소는 이듬해부터 폴꾸 용품 11종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폴꾸 명소’로 떠오를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도 10대를 사로잡은 요인이다. 다이소는 모든 상품을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 총 6가지 가격으로만 판매 중이다. 10대가 용돈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을 만한 가격 수준이다.

다이소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소품종 다량 판매를 고수하고 있다. 포장이나 내용량을 덜어낸 전용 상품도 납품받고 있다.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아 판촉비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극한의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일본의 ‘100엔숍’이나 미국의 ‘달러숍’에서 따온 사업 방식이다.

‘높은 접근성’도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다이소는 주로 주거지나 역세권 또는 학교나 직장가 상권 등에 출점하고 있다. 도보권이나 대중교통만으로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에 매장을 여는 전략도 10대 고객 유입에 큰 영향을 줬다. 다이소는 스타필드 수원점처럼 젊은 층이 몰리는 ‘핫플레이스’에도 문을 열면서 장래 큰손이 될 10대 고객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