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주택-공사장 등 집중 점검 겨울철 호우 잇따르며 필요성 커져 “해빙기 단독 산행-낚시 등 삼가야”
6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서 건축시공 전문가(구조기술사)가 노후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성동구는 봄철 해빙기를 맞아 붕괴 우려가 있는 축대와 주택 등의 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표면이 떨어지고 기울어진 모양을 보니 담을 일부 철거하는 것이 좋겠네요.”
6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주택가. 콘크리트 담장을 두드리며 소리를 확인하던 건축시공 전문가(구조기술사)가 같이 점검하던 성동구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전문가는 “두드렸을 때도 속이 꽉 찬 소리가 나야 하는데, 안이 비어 있는 소리가 나고 있어 보수하지 않으면 인도 쪽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지자체, 안전취약시설 집중 점검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는 봄철을 맞아 서울시와 자치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안전사고 예방과 점검에 적극 나서고 있다. 2∼3월 해빙기에 사고 위험이 큰 교량·터널 등 도로시설물과 건설현장을 비롯해 노후 주택과 옹벽 등 이른바 ‘안전취약시설’이 점검 대상이다.
이날 성동구는 관내 노후 주택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약 2m 남짓한 폭의 골목길로 들어서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자 지붕이 주저앉은 노후 주택이 보였다. ‘안전점검표’와 소형 카메라를 들고 지붕을 관찰하던 건축시공 전문가는 “땅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 그 위의 건축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주택도 나무로 된 지붕틀이 썩어 내려앉아 무너져 내리면 옆 주택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했다.
계단을 내려와 다른 골목으로 들어서자 이번엔 주택을 둘러싼 옹벽에서 떨어져 나간 잔해가 바닥 한쪽에 쌓여 있었다. 전문가는 “감기에 걸리면 몸에 열이 나듯, 건축물도 나타나는 증상을 파악하면 보수할 수 있다”며 “옹벽에 균열이나 벽체가 들뜨는 ‘배부름 현상’ 등이 보이면 벽 안쪽의 흙이 쏟아지거나 무너질 수 있으므로 즉각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상기후로 겨울철 호우가 잇따르며 안전점검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1∼19일 누적 강수량은 534mm로, 평년(182mm)의 약 3배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달 충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6m의 옹벽이 무너져 내리며 승용차 9대를 덮치기도 했다.
● “해빙기 등산·낚시 삼가야”
10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2∼3월 해빙기 관련 사고는 143건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지반 약화로 인한 붕괴·도괴(무너짐) 사고가 76건으로 가장 많았다. 낙석·낙빙 등 산악 사고와 얼음낚시 등 수난 사고는 각각 29건, 산사태 9건 순이었다. 사망 사고의 경우 등산 도중 낙석에 맞거나 얼음낚시를 하다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도 안전수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 축대나 옹벽, 노후 건축물 주변을 지날 때는 시설물이 기울어져 있지 않은지 잘 살펴봐야 한다. 땅이 얼었다 녹으면서 미끄러운 만큼 등산도 위험할 수 있다. 해빙기엔 낙석도 자주 발생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해빙기에 단독 산행이나 낚시는 최대한 삼가고, 사고를 목격하면 지체없이 119로 신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