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혼란] 정부, 의료개혁 본격화 대형병원 응급실 스스로 못가… 구급대-병원간 이송때만 수용 경증환자 회송전담병원 100곳 지정 전공의 연속근무 36→24시간 축소
출구 안 보이는 의정갈등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오른쪽)과 참석자들이 3주째 이어지는 전공의 병원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11일부터 4주 동안 대형병원 20곳에 군의관 20명과 공중보건의 138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뉴스1
《공보의 등 오늘 대형병원 파견
정부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11일부터 대형병원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파견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11일부터 4주간 대형병원 20곳에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공보의는 병역 의무 대신 3년 동안 공무원 신분으로 농어촌 등 의료 취약지역에서 일하는 의사다. 군의관과 공보의는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에 파견된다. 다만 의료 취약지역에서 공보의가 차출되면서 일부 농어촌 지역에서 보건소 진료가 중단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
정부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병원을 이탈하면서 생긴 의료 공백에 대처하면서 동시에 이번 사태를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의료개혁’의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 문턱을 높여 경증 환자의 무분별한 대형병원 이용을 제한하는 의료 전달 체계 개선과 함께 의사 독점 분야 개방, 전공의 수련제도 개편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 경증 환자 3차 병원 이용 제한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증 환자가 상급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시스템을 확립할 방침이다. 현재는 1차 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으면 3차 병원 진료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2차 병원의 진료의뢰서가 반드시 있어야 3차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도 제한한다. 응급 신고를 받아 구급대가 이송하거나 병원 간 이송하는 경우에만 수용하고, 환자가 스스로 응급실을 찾아가면 돌려보낼 방침이다. 직접 응급실까지 갈 수 있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경증이기 때문에 대형병원 대신 지역 응급실을 이용하게 한다는 취지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대형병원들이 이번 사태 전까지 경증 외래 환자를 진료하며 큰 수익을 올려 왔다. 3차 병원의 경증 환자 수용 비율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의사 독점 허물고 간호사 역할 확대
정부는 의사들이 독점해 온 의료 영역의 칸막이를 허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8일부터는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응급환자 심폐소생술 등 89개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대통령실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간호법 제정에도 긍정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것에 어려움이 없도록 PA 간호사를 제도화하는 방안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수련제도 개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77.7시간에 달한다. 응답자의 52%는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다고 답했다. 이에 복지부는 전공의 최대 연속근무 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는 월 100만 원의 수련비용도 지원한다. 이번을 계기로 전공의 아닌 전문의 중심 대형병원을 정착시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11일부터 4주 동안 대형병원 20곳에 군의관 20명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138명을 파견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한덕수 국무총리가 군의관과 공보의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의 후속 조치”라며 “필요한 경우 추가 투입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