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의 한 장면 갈무리. (지브리 제공) 2024.03.11/
NHK는 미야자키 감독이 2003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10일(현지시간) 또 한 번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 작품상의 주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수상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이하 그대들)는 미야자키 감독이 은퇴 선언을 번복하면서까지 만든 작품이다. 원작과 각본을 직접 담당하며 약 7년을 쏟아부었다. 영화는 태평양 전쟁 중 어머니를 잃은 소년이 신비로운 세계를 헤매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평화를 그리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2001)’ 한 장면 갈무리. (지브리 제공) 2024.03.11/
’피노키오(2022)‘를 제작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뉴욕타임스(NYT)에 ’이웃집 토토로‘를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포착하는 아름다움과 엄청난 위업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며 ”그를 동양의 디즈니라고 묘사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고 찬사를 보냈다.
토토로와 포뇨 등,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창조해 내면서도 정작 미야자키 감독 본인은 창작의 고통을 호소하며 여러 차례 은퇴를 선언하곤 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2008)’ 한 장면 갈무리. (지브리 제공) 2024.03.11/
하지만 고통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일본 최고의 문화 수출품 중 하나가 됐고 그 자신을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미야자키 감독의 영화는 풍부한 자연 묘사와 함께 주체적인 여성 주인공, 비행물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붉은 돼지(1992)‘ ’바람계곡의 나우시카(2000)‘ ’천공의 성 라퓨타(2004)‘ ’바람이 분다(2013)‘ 등이 있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이름이 ’지브리(Studio Ghibli)‘인 것도 동명의 군용 비행기가 있기 때문이다. 지브리는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바람을 뜻하는 아랍어에서 유래한 이탈리아어인데,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자 하는 열망을 상징한다.
◇인생과 작품을 관통하는 ’반전(反戰)‘ 신념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1992)’ 한 장면 갈무리. (지브리 제공) 2024.03.11/
그는 영국 가디언에 ”우리는 아이들을 민족주의로부터 해방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민족주의적 관점에 따르면 세계의 문제는 다민족에서 비롯되고, 이런 사고방식은 사랑하는 모국이 세계에서 부정적 존재로 비춰질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은 우리가 지난 전쟁에서 얻은 교훈이며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히메(1997)’ 한 장면 갈무리. (지브리 제공) 2024.03.11/
반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그의 유년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다. 미야자키 감독은 아버지에 대해 전쟁을 통해 이익을 얻고도 수치를 몰랐던 사람이라며 비난했는데,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로기‘로 알려진 일본 전투기의 날개를 생산하는 군수품 공장을 운영했다. 그러다 폭격이 고향 우쓰노미야까지 덮치자, 가족은 아버지의 차를 타고 황급히 도망쳐야만 했다. 이후 미야자키는 급속한 현대화와 급속한 도시 확장을 목격하며 성장했다.
NYT는 일본인들이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에 끌리는 이유가 ”본질적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며 ”제국주의적 오만함과 서구의 물질주의가 없는 오래된 일본에 대한 그리움과 희미한 슬픔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