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1일 대표팀 선발 명단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포함시켰다.
최근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의 선임과 경질 과정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던 대한축구협회는 임시 감독 선임 과정에서조차도 의견 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잡음을 일으키면서까지 황 감독을 급하게 임명했었다. 그런 협회가 손흥민(토트넘)-이강인 갈등과 그 이후의 해결 과정에서 협회 차원의 조사와 징계 없이 황 감독의 선수 선발에 징계 및 포용의 의미를 포함시키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마저 서둘러 떠넘긴 상태에서, 황 감독은 이번 선수 선발로 인한 반발 여론과 후유증이 일어날 경우 그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안게 됐다. 황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이러한 무책임한 협회의 대응 과정을 보면 대표팀뿐만 아니라, 대표팀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협회 자체도 혁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협회 행정의 최근 난맥상은 이러한 국민들의 축구 사랑과 그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과 경질, 아시안컵 4강 탈락, 선수단 내분 과정 등은 협회의 무능을 그대로 드러냈다. 문제는 협회의 태도가 지금 당장의 문제들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일들까지 걱정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이는 협회가 축구계 현실 문제 처리에 있어서 불합리한 태도를 보임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 역시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축구에 뒤처졌던 일본은 현재 한국 축구를 거의 추월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축구계가 스스로의 약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강해지기 위한 자기 진단과 전략을 발표한 것은 2005년이었다. 일본은 이때 소위 ‘일본축구협회(JFA) 선언’이란 것을 통해 장기 목표 및 세부 실행 과정을 세웠다. 강팀들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일본 현실에 맞게 접목시키고자 했고 이런 과정을 ‘일본의 길’이라고 했다. 여기서 나온 것이 축구 인구 1000만 양성과 2050년 월드컵 우승 계획이다. 저변 확대 없이 축구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일본은 이를 위해 행복하고 즐겁게 축구를 즐기자는 축구문화 확산 방안을 세웠다. 동시에 선수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본 국내리그 활성화와 유소년부터의 단계별 선수 육성 방안 및 지도자 양성 계획을 세웠다. 보다 세밀하게는 현대 축구의 흐름을 분석해 포지션별로 지향해야 할 기술적 정신적 신체적 목표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런 구체적 실행 방안을 통해 오랜 시간 실력을 다져가고 있는 일본 축구의 저력은 이제 무시하기 힘들게 됐다.
한국도 유소년 축구 활성화 및 국내 리그 활성화 등 기본적인 계획과 방침은 서 있지만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와 비전이 필요해 보인다. 당장 일본의 2050년 월드컵 우승 목표 및 1000만 축구 인구 양성에 대비할 만한 한국 축구의 목표는 무엇인가.
도전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방안을 세우는 것은 설사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 있어서의 자기 개혁 및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과 동기를 준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