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겨냥 사법부 이례적 직접 비판 지지율 상승세… 트럼프와 45% 동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의 주요 의제로 부상한 낙태권을 두고 연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는 7일 국정연설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연방대법원이 폐기한 낙태권을 입법으로 보장하겠다”고 했고, 10일 MSNBC 인터뷰에서는 “대법원이 실수를 저질렀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사법부의 결정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그들(연방대법관)은 잘못된 결정을 내렸고 헌법을 잘못 읽었다”며 “실수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연방대법원은 1973년 이후 연방정부 차원의 낙태권을 보장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2022년 6월 폐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낙태권 의제가 집권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낙태권 폐기 5개월 후 치러진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대법원 판결에 반발한 민주당 지지자가 결집했다. 당시 민주당은 상원 다수당을 공화당에 내줄 것이란 당초 예측과 달리 다수당 지위를 지켰다.
다만 ‘낙태(abortion)’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일부 여성계의 반발도 감지된다. 아일랜드계 가톨릭인 그는 보수 성향 가톨릭 교도의 반발 등을 우려해 7일 국정연설에서도 낙태 대신 ‘생식의 자유(reproductive freedom)’, ‘선택의 자유(freedom to choose)’ 등으로 완곡하게 돌려서 말했다. 이에 일부 낙태권 옹호단체들은 “대통령이 낙태라는 단어를 말하지 않음으로써 낙태가 금기시되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것임을 암시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