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회 아카데미, 오펜하이머 7관왕 킬리언 머피-에마 스톤 남녀주연상… 셀린 송 ‘패스트 라이브즈’ 수상 불발 백인이 주요 부문 수상… 다양성 의문 양쯔충 등 동양인 시상자 차별 논란
1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오펜하이머’로 첫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원자폭탄의 아버지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생애를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는 감독상과 작품상 등 7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유튜브 캡처
영화 ‘인셉션’(2010년), ‘인터스텔라’(2014년), ‘덩케르크’(2017년) 등 명작을 내놓고도 유독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오펜하이머’(2023년)로 드디어 첫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원자폭탄 발명 과정을 담은 전기 영화 ‘오펜하이머’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리스 출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 역시 4관왕에 오르며 저력을 보여줬다.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에 실패했다.
● 놀런 생애 첫 오스카
이날 시상식의 주인공은 이변 없이 영화 ‘오펜하이머’였다.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놀런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를 띠며 무대 위로 올랐다. 그는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고 “영화의 역사가 이제 막 100년을 넘었고 이 엄청난 여정이 앞으로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면서 “그 역사에서 의미 있는 한 부분이 됐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영광”이라고 말했다. 놀런 감독은 앞서 3번의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고 이번에 상을 탔다.‘아이언맨’으로 친숙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오펜하이머’로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그는 “상처 입은 한 마리 강아지 같던 저를 사랑으로 키워준 아내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말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남우주연상 역시 ‘오펜하이머’의 주연 킬리언 머피에게 돌아갔다. 그는 원자폭탄을 소재로 한 영화임을 빗대 “이 세상의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여우주연상은 ‘가여운 것들’의 에마 스톤에게 돌아갔다. 영화에서 여자 프랑켄슈타인인 ‘벨라’역을 소름 돋게 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유튜브 캡처
● 인종차별 논란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처음으로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다양성 형평성 포용) 규칙’을 적용해 이목을 끌었으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카데미는 2015년 시상식 후보자가 모두 백인이라는 데에 항의하는 해시태그 ‘#Oscarsowhite’ 운동이 벌어지자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자정의 의미로 올해부터 영화계에서 소수자를 보호하는 4개 분야의 기준을 세우고 이 중 일부를 충족해야 수상 후보가 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그러나 올해도 작품상, 남우주·조연상, 여우주연상 등 큰 상은 모두 백인이 받아 뉴욕타임스는 “이 제도가 눈속임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남우조연상을 받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사진 오른쪽)가 전년도 수상자이자 베트남계 미국인인 키호이콴과 악수도 하지 않고 트로피만 건네받는 모습.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유튜브 캡처
이날 시상식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규탄하는 의미로 일부 배우들이 ‘빨간 단추’를 달고 나왔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기리는 ‘인 메모리엄(In Memoriam)’ 영상에 영화 ‘기생충’의 주연배우 이선균이 등장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