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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식당에서 따뜻한 한 끼로 온기 나눠요”

입력 | 2024-03-12 03:00:00

서울시, 쪽방촌 주민에게 식사 지원
올해 참여 식당 49곳으로 확대
하루에 평균 1700명 넘게 이용
취약계층 안부 확인 등 역할도



서울시가 쪽방촌 주민들이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동행식당’을 운영 중인 가운데 8일 서울 중구의 신한양식당에서 사장 이진성 씨(39·왼쪽)가 주민에게 식사를 차려주며 웃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동네 주민들과 매일 한 끼라도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8일 오후 서울 중구 중림동의 신한양식당. 동네 주민 김수남 씨(57)는 정갈하게 차려진 점심 식사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역 뒤편 쪽방촌 주민 460여 가구와 고시촌 등이 밀집해 있는 중림동 일대엔 쪽방촌 주민들에게 한 끼 식사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동행식당’이 곳곳에서 운영 중이다.

2년 전부터 동행식당에 동참해 온 신한양식당의 사장 이진성 씨(39)는 “매일 30∼40명의 주민이 한 끼 식사를 하러 온다”면서 “매일 오가며 서로 만나다 보니 식당이 마치 ‘동네 사랑방’처럼 자리 잡았다”며 웃었다.

● 취약계층 지킴이 노릇도
서울시는 민간 식당을 동행식당으로 지정한 뒤 쪽방촌 주민들의 하루 한 끼(8000원) 식사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중림동 창신동 동자동 등 쪽방촌 5곳에서 식당 43곳이 동행식당으로 운영 중이다.

신한양식당에선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비빔밥 등 한식을 판매 중이다. 이날 식당을 찾은 김 씨는 “직접 먹고 갈 때도 있지만 포장해서 집에서 저녁으로 먹고, 남은 반찬을 다음 날 아침으로 먹기도 한다”며 “덕분에 매일 최소 두 끼를 든든하게 식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모여 식사도 하지만 서로의 안부를 전하거나 문제가 있을 때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사장 이 씨는 “주민들과 매일 얘기하다 보니 동네 소식을 빈틈없이 챙겨 듣게 된다”며 “가끔 일부 가게가 주민들에게 바가지를 씌운 사례를 들은 뒤에는 관할 기관에 해결을 부탁하며 민원을 제기한 적도 있다”고 했다. 남대문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쪽방촌 주민들이 사기를 당하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식당 주인의 신고로 알게 돼 즉각 조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동행식당들은 동네 주민들의 안전 지킴이 역할도 하고 있다. 이 씨는 몸이 편찮은 주민 1, 2명에겐 직접 식사를 배달하며 안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이 씨는 “자주 오던 고령층 손님이 오랫동안 식당에 안 올 땐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겼는지 불안할 때가 있다”며 “직접 찾아가 확인해볼 때도 있고, 직접 가기 어려울 땐 쪽방상담소에 소식을 알리고 확인을 부탁하기도 한다”고 했다.

● 서울시, 동행식당 확대 운영키로
지난해 동행식당이 쪽방촌 주민들에게 제공한 식사는 총 64만2080끼로 하루 평균 1759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시대에 쪽방촌 주민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동행식당 사업주 역시 만족도가 높았다. 이들은 매출이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보람과 즐거움을 이유로 꼽았다.

서울시는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동행식당을 올해에는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동행식당을 43곳에서 49곳으로 늘려 식당과 메뉴에 대한 선택권을 넓힌다. 또 쪽방상담소 담당자가 주 1회 급식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해 3일 이상 결식했거나 평소와 다른 이용 패턴을 보이면 상담소 내 돌봄매니저나 간호사 등과 함께 건강 등 안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정상훈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동행식당이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게 돼 상호 돌봄 관계가 형성된다”며 “쪽방촌 주민들이 긴급 상황에 놓였을 때 안전판 같은 역할까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