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외압 의혹 이종섭 출국에 野 “특검법, 총선후 첫 본회의 처리” 법무부 “출금 유지 명분없어 해제” 대통령실 “공수처 소환땐 귀국 약속”
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사진)이 주호주 대사 신분으로 출국한 것과 관련해 “총선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채 상병 특검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다음 달 4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채 상병 사망 사건 및 외압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채 상병 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바 있다.
● 민주당 “외교부·법무부 장관 탄핵 추진”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윤석열 정권이 이 전 장관을 ‘도주 대사’로 임명하고 개구멍으로 도망시키는 일이 벌어졌다”며 “호주 대사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그를 국내로 압송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오후 충남 홍성시장에서도 “어제 민주당 의원들이 (출국) 현장에 가서 지켰더니 어디 개구멍으로 빠져나갔는지 몰래 나가버렸다”며 “국민 무서운 줄을 모르면 회초리로 치고, 회초리로도 안 되면 몽둥이로 때려서라도 정신 차리게 해야 주인을 배반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민주당은 이 전 장관 대사 임명과 출국에 관여한 외교부·법무부 장관 및 관계자 전원을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홍 원내대표는 “(외교통일위원회 등)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관련 내용을 따지고, 법적 검토 이후엔 외교부·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외교부·법무부 장관 등 책임자 탄핵 추진은 상황 파악이 완료된 뒤 고려할 방침”이라고 했다.
야당의 공세에 한 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수사가 작년 9월 정도부터 진행된 것이고 수사에 충분히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호주라는 나라가 국방 관련 외교 사항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실에서도 그런 부분을 고려해 인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 여권 “공수처 수사 중 특검 부적절”
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이 전 장관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다만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7일 4시간 동안 약식 조사한 데다 이 전 장관이 10일 출국해 수사가 속도를 내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다. 특히 김진욱 전 공수처장 퇴임 이후 후임자 임명이 늦어지면서 수사를 지휘할 공수처장이 부재한 상황이라 당분간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법무부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한 이유에 대해 “아그레망(주재국 동의)까지 받아서 출국해야 할 입장인 점 등을 감안해 더 이상 출국금지를 유지할 명분이 없어 해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 전 장관에 대한) 고발장이 지난해 9월경 공수처에 접수된 이후로 단 한 번의 소환조차 없었다”며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조사받았고, 증거물을 임의제출하면서 향후 조사가 필요할 경우 적극 출석하여 조사에 응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사가 ‘공수처에서 소환하거나, 필요해서 오라 하면 언제든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민주당이 총선 후 특검 추진 입장을 밝힌 데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안인 만큼 적절치 않은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