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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엔 세계 인구 절반이 비만… 국가단위의 종합 비만대책 마련해야 [기고/박철영]

입력 | 2024-03-13 03:00:00

박철영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세계비만연맹은 전 세계 비만 인구가 2020년 약 26억 명에서 2035년 약 40억 명까지 빠르게 증가해 세계 인구 절반이 비만 환자가 될 거라고 경고했다.

국내 비만 환자 증가세 역시 거침이 없다. 2021년 국내 비만 유병률은 38.4%로 10년 전보다 30% 증가했다. 즉 10명 중 4명이 비만 환자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추세와 다르지 않다.

더 큰 문제는 BMI(체질량지수) 35㎏/㎡ 이상인 초고도(3단계) 비만 환자는 2012년 0.38%에서 2021년 1.09%로 10년 동안 3배가량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20대부터 40대까지 젊은 성인에서 동반 질환 위험도가 매우 높은 초고도 비만 유병률이 무섭게 증가했다. 10년 전 대비 2021년의 유병률이 20대는 3.1배(0.64%→2.01%), 30대는 3.6배(0.61%→2.17%), 40대는 3.4배(0.36%→1.23%) 증가했다. 소아청소년의 비만율 또한 2012년 9.7%에서 2021년 19.3%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절망적인 것은 비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비만 환자 증가 추이가 너무 빨라 당분간 감소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대중적으로 질병으로서 비만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설상가상 현재 보건 당국도 전 국민을 위한 체계적인 비만 관리 정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례로 지난해 발표가 예정됐던 제2차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도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또한 비만의 진단 기준도 느슨하다. 대한비만학회는 한국인의 비만 진단 기준을 세계보건기구의 아시아·태평양 기준에 따라 BMI 25㎏/㎡ 이상으로 정의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에서는 서양인의 기준인 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아시아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은 비만에 대한 관리 및 치료 필요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비만은 동반 질환 발생으로 인한 부정적인 예후를 고려할 때 특히 2∼3단계 비만 환자나 동반 질환을 갖고 있는 비만 환자는 적극적으로 상담 및 치료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심각한 질환으로서 비만을 인식하고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가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높여야 한다.

또한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은 사망률의 증가 등 성인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저출생 시대에 아이들이 비만 합병증 없는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금 시대의 어른들, 사회와 국가가 나서서 도와줘야 할 시점이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및 의료계의 유기적인 연계와 전문가의 다각적인 개입 등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 역시 절실하다.

비만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초고도 비만 환자의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개인의 건강은 물론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손실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예측된다. 이에 하루라도 빠르게 국가 단위의 종합 비만 대책을 논의, 마련하는 등 정부와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대한 보건 위기로 비만을 인식하고 대처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담보하기는 어렵다.


박철영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