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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성 방광염, 여성환자 늘어나는 추세… 비뇨-골반 질환과 비슷해 정기검진 필수[기고/신정현]

입력 | 2024-03-13 03:00:00

신정현 교수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간질성 방광염·방광 통증 증후군은 최근 여성에게서 진단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비뇨기질환이다. 소변을 참으면 방광이 차면서 발생하는 하복부·골반 통증이 주 증상이다. 화장실을 자주 가는 빈뇨, 소변이 쏟아질 것 같이 급한 절박뇨, 소변을 참지 못해 지리는 절박성 요실금과 같은 여러 하부 요로 증상을 동반한다. 방광염, 과민성방광, 기타 하복부와 골반의 통증이 원인이 될 만한 질환이 없음을 확인한 뒤에야 진단이 가능하다. 남성보다는 여성에서의 유병률이 월등히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간질성 방광염·방광 통증 증후군을 진단할 때 기타 다른 원인을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함께 기술돼 있는 이유는 그만큼 다른 비뇨기 질환 및 골반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질환과 증상이 겹쳐서 감별 진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복부·골반 통증은 방광뿐만 아니라 부인과 장기 및 위장, 골반 근육 문제로 발생할 수 있고 빈뇨, 절박뇨 등의 하부 요로 증상은 방광염이나 과민성방광 같은 다른 비뇨기 질환 때문에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지속되는 하복부·골반 통증과 빈뇨 등의 원인을 무조건 간질성 방광염·방광 통증 증후군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급성 혹은 만성 방광염이나 과민성방광, 방광암 등 다른 비뇨기 문제가 원인이 아님을 배제하고 정기적으로 부인과 검진과 위·대장 내시경과 같은 국가건강검진을 했는지, 당시 이상 소견이 없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만족스러운 증상 조절이 이뤄지지 않아 정상적인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삶의 질이 악화된다.

간질성 방광염·방광 통증 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맵거나 신 음식을 피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생활 습관 교정부터 하복부 온찜질이나 스트레칭, 물리치료 같은 보조 요법이나 경구 약물 복용, 방광 내 약물 주입술과 같은 비침습적인 치료를 먼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방광 내시경에서 방광 점막의 비정상적인 혈관 증식인 허너 병변이 있는 경우 위와 같은 비침습적인 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으므로 일차적인 치료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지체 없이 방광 내시경으로 허너 병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허너 병변이 있는 경우 전신마취하에 내시경적 방광 소작술을 통해 병변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권고된다. 허너 병변이 없으나 비침습적인 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인 경우 간질성 방광염·방광 통증 증후군 진단을 원점부터 재검토하고 치료하는 방광 수압 확장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내시경적 치료에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때는 방광 내 보톡스 주입술이나 천수신경 조정술, 더 나아가서는 소장을 이용한 방광 확장술이나 인공 방광 수술 등 침습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침습적인 수술의 경우 방광의 부분 혹은 전 절제가 필수이기 때문에 이러한 대수술을 진행하기 전에는 비뇨의학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 후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만약 대수술을 진행하지 않고 최대한 방광을 보존하길 원한다면 방광 내 줄기세포 주입 등 임상시험을 고려할 수 있다.

치료는 상당히 다양하다. 하지만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는 것은 아직까지 해당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완치법이 없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간질성 방광염·방광 통증 증후군 진단이 일종의 사형선고 같은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고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자포자기하거나 방광을 절제하는 대수술을 고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해당 질환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제대로 된 검사를 통해 진단을 확실히 하고 다양한 치료 선택지에 대한 충분한 상의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신정현 이대비뇨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