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빈소 조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부 출법 직후 발생한 ‘광우병 사태’에 대해 “사실 그때 광우병이 문제가 아니고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12일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전문건설공제조합 ‘건설경영 최고경영자(CEO) 과정’ 강연에서 “소고기 광우병 (시위)할 때 위원장을 하던 운동권자가 전향했다면서 어디 강연에 가서 그렇게 이야기하더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내가 원체 압도적으로 (대선에서) 당선돼 큰 흔들림은 없었는데, 결국 목적은 나를 흔들려던 것”이라며 “그러나 나는 못 건드리고 그다음 대통령을 끌어내렸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광우병 사태 당시 진행하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 관련 일화도 공개했다.
그는 “그때 광우병 사태가 터져서 ‘미국 소고기를 수입하면 다 죽는다’고 난리 칠 때였는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임기가 다 됐는데 한가지 선물을 줄 수 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한·미 양국은 매년 주한미군 방위비를 협상을 통해 정해왔지만, 당시 부시 대통령은 ‘향후 5년간 협상 없이 현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사인을 하고 떠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내가 ‘당신이 그렇게 하고 떠나면 다음 대통령 때 안되지 않느냐’고 하니까, ‘미국은 한국하고 달라서 전임이 그렇게 하면 그대로 지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에 대해선 “이미 프랑스의 수주가 내정돼 있었으나, UAE 국왕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고 팀을 꾸려 방문하는 등 공을 들인 끝에 ‘첫 원전 수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요즘 같은 국빈 초대 이런 게 아니고, 세일즈맨이 가듯이 굴욕적으로 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기업가 정신의 핵심 덕목과 관련한 질문에 “종업원들에게 잘해줘서 사기가 오르게 하고, 기업이 잘되는 모습을 보이면 종업원은 또 힘이 난다”며 “국가를 위해서 어떻게 한다기보다 그저 자신이 하는 기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