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이 현지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지원해 온 선교사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북한이 러시아에 ‘협조’를 요청해 이번 사건이 불거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12일 “백 씨가 선교 목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 씨는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 지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백 씨는 올해 초 중국에서 육로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입국한 뒤 북한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을 하다 러시아 연방 보안국(FSB)에 체포됐다고 한다.
러시아 현지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돕는 방법으로는 보통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북한 노동자들의 탈북 활동을 돕는 것과 노동자를 간접적으로,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이다. 둘 중 탈북 활동을 돕는 쪽이 북한과 러시아의 곱지 못한 시선을 받는다고 한다.
이번에 간첩 혐의를 받는 한국인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활동하다 체포된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단순 추방 조치가 아닌 간첩 혐의로 체포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게 현지에서의 평가다. 실제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북한 당국이 백 씨의 활동을 특히 불편해해 러시아 당국에 직접 신고하고 협조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러시아 역시 북한과의 이례적 밀착과 어수선한 한러관계를 고려해 강경한 대응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지 분위기를 잘 아는 대북 전문가는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를 씌우는 것은 어떠한 구실이라도 만들려면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라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추후 북한 노동자들의 탈북 등을 지원하는 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