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암호화폐의 교환가치를 처음으로 인정한 발언으로 암호화폐에 회의적이었던 기존 입장을 완전히 철회한 셈이다.
이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겨냥해 경쟁자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미국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생명을 얻었다”며 “가끔 비트코인을 통해 작지만 재미있는 일을 하기도 하고 돈을 벌기도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호화폐와 관련해 처음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건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 7월이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이 크고 허상에 기반을 뒀기 때문에 화폐가 아니며 마약 거래 등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견해는 퇴임 후에도 이어졌다. 2021년 7월 미 폭스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비트코인을 ‘신용사기’(scam)라고 부르며 “달러와 경쟁하는 통화이기 때문에 도저히 좋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러가 (계속해서) 세계 통화가 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회심은 자신의 이름을 딴 운동화가 출시 두 시간 만에 완판된 게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이날 CNBC에 “상당수의 운동화가 암호화폐로 지급됐다”며 “그 금액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스니커즈’란 이름의 이 운동화는 지난달 18일 399 달러(약 52만 원)에 1000켤레 한정 수량으로 온라인상에서 판매됐다.
반면 민주당 대선 주자인 바이든 대통령은 암호화폐를 기존 금융시장에 일부 편입하면서도 관련 규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3월 바이든 대통령은 ‘디지털 자산의 책임있는 개발 보장’이란 행정명령(14067호)을 내고 재무부를 비롯한 연방기관에 암호화폐가 금융시장과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도록 지시했다.
이날도 바이든 대통령은 암호화폐 채굴에 세금을 부과하는 한편 암호화폐에도 주식처럼 ‘워시 세일 규칙’을 적용, 세금 회피를 위한 의도적 손절매 행위를 근절하는 내용을 담은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예산안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이와 동일한 암호화폐 규제 방안을 예산안에 포함했지만, 의회 표결을 통과시키지는 못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