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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노선 바꾼 트럼프 “당선시 비트코인 결제 허용”

입력 | 2024-03-12 16:40:00


“재집권하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겠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7만2000달러까지 돌파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두고 “또 다른 형태의 통화”라며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과거 암호화폐를 “사기(scam)에 불과하며 마약 거래 등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고 혹평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 7일 국정연설에서 ‘증세’ 계획을 밝혔고, 암호화폐 규제 또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자신이 최근 출시한 운동화 굿즈(Goods·기념품) ‘트럼프 스니커즈’를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로 구매했음을 거론하며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생명을 얻었다”고 했다. 직접 비트코인을 구매한 적은 없지만 백악관에 다시 입성한다면 “때로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그의 행보를 두고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새 행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 규제를 놓고도 첨예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틱톡을 통해 미국인의 개인정보가 중국공산당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며 대대적인 규제를 천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틱톡 규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많은 미국 젊은이가 틱톡을 애용한다며 “틱톡을 없애면 페이스북만 더 커진다. 페이스북은 국민의 적”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2021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의 의회 난입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그의 계정을 2년간 정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 “페이스북은 특히 선거철에 미국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 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주가는 4.4% 급락했다.

전기차 업계도 양 캠프에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10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에도 관세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집권하면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기업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1.4% 올랐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두 전·현직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금융시장과 산업계가 일희일비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 특히 판세가 박빙일수록 시장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