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우리는 공급망으로 연결된 세상을 살고 있다. 브라질산 철광석이 포항에서 철강이 되고 철강은 자동차나 가전이 돼 세계로 향한다. 중동산 원유를 정제해 수출한 화학 원료는 생활용품이 돼 돌아온다. 글로벌 공급망은 쉴 새 없이 가동되며 국민 일상을 책임진다.
공급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세계적 이동 제한은 공급망 전체 차질을 일으켰고 물류 지연, 물가 상승 같은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팬데믹발 공급망 위기는 엔데믹과 함께 해소됐으나 공급망은 다시 차질을 일으킬 수 있다.
해운은 국가들을 연결하는 글로벌 공급망 중심이다. 우리나라처럼 수출 중심 경제구조의 해양국가에는 해운이 더욱 중요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2018년 설립 이후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10조 원 이상의 금융을 해운업계에 지원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지배 선대(船隊) 규모는 2018년 세계 5위에서 2023년 4위로 도약했고 팬데믹 물류 대란 완화에 다소나마 기여했다.
친환경 연료 선박을 도입하고 저탄소 선박 연료 공급망을 구축해 미래 해운산업 경쟁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국제해사기구가 지난해 도입한 탄소집약도지수(CII)에 의하면 2022년 말 국적선사 보유 선박 약 28%가 향후 운항이 제한되는 D등급 이하다. CII 관리 기준은 향후 단계적으로 강화될 예정이므로 선제 대응이 필수다. 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같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더 많이 도입하고 저탄소 선박 연료 공급 인프라를 구축해 해운의 친환경 전환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국내외 항만 물류 인프라를 확충해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겠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은 국가 공급망 안정을 위한 유관기관의 유기적 협력을 규정하고 있다. 공사 자체의 항만 물류 거점 확보 사업과 범정부 공급망 안정화 사업을 병행해 해상에서 육상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고리를 한층 단단하게 연결하도록 하겠다.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도전이 세질수록 국가 해양력의 중요성은 커진다. 공사는 해운·항만·물류 산업이 국가 공급망 안정화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