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하는 유럽 최대 무역항 르포 항만 부지 41% 차지 석유화학공장 ‘수소 클러스터’로 전환 경쟁력 강화 ‘프론토 앱’ 등 항만 자동화도 수출… “부산항, 부가수입 창출방식 배워야”
7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만에서 항만 관계자가 연기를 내뿜는 석유 정제시설을 가리키며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 부지는 수소생산 친환경 시설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로테르담=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반대편에 보이는 석유공장은 수소 생산 시설로 바뀔 예정입니다.”
7일(현지 시간) 오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만의 마스플락터2 APM터미널. 마르틴 판 오스턴 로테르담항만청 홍보 담당은 하얀 연기를 내뿜는 석유 기반 시설을 가리키며 “로테르담 항만은 이제 곧 ‘수소의 심장’으로 변신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마스플락터2는 전체 길이가 60km 정도인 로테르담항의 가장 끝단에 있다. 항만 가운데 가장 자동화돼 있고 수소 시설 등 친환경 미래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는 곳이다.
유럽 최대 무역항인 로테르담항이 수소 생산 등 친환경 에너지를 기반으로 신(新)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세계 최초 무인자동화와 톤세 등 탄탄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성장한 데 이어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새로운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아나선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톤세제도가 로테르담항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해운산업이 정체되자 1996년 톤세를 도입했다. 톤세는 영업이익 대신 선박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총량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안정적인 기업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톤세 덕분에 300여 척이었던 네덜란드 등록 선박은 600척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네덜란드 정부는 해상풍력 등 파생 산업으로 톤세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같은 날 로테르담항만의 무인 자동화 크레인이 HMM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들을 항만 부지로 옮기고 있다. 로테르담=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로테르담항만의 또 다른 부가가치 상품은 ‘프론토(Pronto)’ 애플리케이션이다. 항만, 선사, 대리점 등이 선박 접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혼잡도를 최소화한다. 오스턴 홍보담당은 “선박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항로를 찾아낼 수도 있다”며 “독일 함부르크항, 벨기에 안트베르펜항 등 경쟁 항만에도 앱을 판매해 부가가치를 낸다”고 설명했다.
로테르담항이 친환경·자동화를 기반으로 항만 부가가치를 끌어올린 방안은 국내 항만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부산항의 연관산업 부가가치는 약 6조 원으로 추정된다. 로테르담(14조3000억 원)의 약 40% 수준. 컨테이너 처리물량 기준으로 세계 7위 글로벌 무역항이지만 이와 연계한 부가가치 산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세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정책·운영연구실장은 “부산항은 물동량을 늘리는 성장에 치우쳐 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이 상대적으로 덜 성장됐다”며 “로테르담항이 수소 생산, 저장, 유통 등 전 주기 서비스를 제공해 부가 수입을 만드는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테르담=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