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용진, 홍영표 의원 등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2.27/뉴스1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에게 패해 공천에서 탈락했다. 박 의원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에 들어가면서 득표율 30% 감산 페널티를 받고 경선에 임했다. “민주당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각오로 가랑이 사이를 기는 치욕을 견디겠다”던 박 의원이다. 3인이 치른 1차 경선에선 2위 안에 들었던 그는 이번 결선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었지만 결국 30% 감산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박 의원 공천 탈락은 이미 경선 불이익을 떠안았을 때부터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가 일찍이 “박 의원이 공천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터라 그의 구사일생 여부는 큰 관심사였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감산 페널티를 안고도 승리하려면 압도적으로 득표해야 하는데,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친명 후보를 이기기는 어려웠다. 그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허울뿐인 시스템 공천, 나아가 그 뒤에 작동한 권력의 비정함을 확인해 준 이른바 ‘비명횡사’의 완결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 의원은 옛 민주노동당 출신의 진보적 성향이면서도 합리적인 소신의 정치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국회 의정활동은 물론 지역구 관리에도 충실했다. 그는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며 ‘유치원 3법’ 통과를 끌어냈고, 21대 총선에선 64.5% 득표율로 서울지역 민주당 1위이자 여야 통틀어 2위를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고, 지난 대선 경선과 당 대표 경선에서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대표적인 비명계로 분류됐다. 당내 친명 세력엔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