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571t 분뇨 발생해 민원 빗발… 한림읍서 축분처리기 업체 시연 행사 130도 고온에 살균해 액비 안생기고… 1시간이면 퇴비로 나와 활용도 높아 “기존보다 공정-설비 간단해 큰 기대… 다음 시연 때 악취 효과 확인할 것”
제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서 양돈 분뇨를 처리해 1시간 이내에 퇴비를 생산하는 시연회가 열렸다. 퇴비의 암모니아 가스 냄새가 심하지 않았고, 악취 민원의 하나인 물거름도 발생하지 않아 새로운 양돈 분뇨 처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는 ‘돼지고기의 메카(성지)’라고 불릴 정도로 돼지고기가 최고의 특산품으로 꼽힌다. 도민은 물론이고 여행객이 즐겨 찾는 음식 메뉴로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돼지를 사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돈 분뇨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반감이 높다. 2017년 지하수를 생성하는 통로를 통해 양돈 분뇨를 그대로 쏟아부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분을 일으켰고 지금도 악취는 주요 민원이다.
축산 분뇨 가운데 핵심인 양돈 분뇨 처리와 공동자원화 시설 운영, 악취 민원 해결 등을 위해 매년 수백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양돈 분뇨와 악취를 처리하는 고비용이 걸림돌이고, 공정을 통해 나오는 물거름과 퇴비를 처리하는 것도 문제다. 이런 고민을 풀어주는 생산 시스템과 사업 아이디어가 제시돼 관심을 끌었다.
8일 오후 양돈 농가가 밀집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서 ㈜클린에코리움은 축분 처리기 시연회를 가졌다. 축분 처리기의 설비는 혼합기와 냉각기 등으로 간단했다. 이날 행사에는 양돈 관계자 및 제주도 공무원 등이 참석해 처리 과정을 지켜봤다.
분뇨를 투입해 혼합이 이뤄진 후 40분 정도가 지나자 암갈색의 퇴비가 배출되기 시작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퇴비를 손으로 잡아 보니 따스한 정도의 열기가 느껴졌다. 퇴비 가까이에서 홍어를 삭힌 것 같은 암모니아 냄새가 나왔지만 예상보다 심하지 않았다. 업체 측은 이처럼 생산된 퇴비는 탄산칼슘 질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토양에 잘 녹고, 작물 흡수력이 좋다고 소개했다.
기존 처리 방식은 양돈 분뇨를 퇴비와 함께 3개월에 걸쳐 액체비료(액비)로 생산한다. 이번에 시연한 축분처리기는 악취 민원의 핵심인 액비 발생을 없앴으며 퇴비를 만드는 데도 1시간 이내에 가능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석회, 장석 등의 생화학적 반응, 100∼130도의 고온 살균 과정을 거치면서 수분이 사라져 액비나 폐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간단한 공정과 짧은 시간에 양돈 분뇨가 우량의 퇴비로 바뀐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퇴비 처리다. 유기질 퇴비는 일정 기간에만 사용하기 때문에 수요가 한정적이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연중 농사를 짓는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퇴비를 수출하면 수익이 충분하다”며 “제주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모자반, 귤껍질 등에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시연에서 퇴비 생산 과정은 순조롭게 이뤄졌지만 완벽한 검증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날 처리된 분뇨는 당일 운반차량을 통해 투입된 것이 아니라 1차 처리를 거친 것이어서 악취에 대한 실제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제주에서는 257개 농가가 54만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으며 하루 2571t의 분뇨가 발생하고 있다. 분뇨를 퇴비와 액비, 에너지 등으로 만드는 공공자원화 시설에서 49%를 처리하고 있으며, 양돈 농가에서도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악취 민원 신고는 2022년 1568건, 2023년 1998건 등으로 여전하다. 분뇨 무단 배출에 따른 적발 건수는 지난해 제주시 79건, 서귀포시 7건 등 86건에 이른다.
이번 시연회에 참석했던 양돈 관계자는 “양돈 분뇨 공동자원화 시설에서 처리하는 공정과 설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간편하고 간단한 방식으로 악취와 액비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며 “조만간 직접 수거한 분뇨로 시연회를 다시 개최한다고 했는데, 직접 효과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