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화사’ 출간 안대회 교수
“30년 전 조선후기 시화사(詩話史·시와 이야기의 역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줄곧 한국 전반의 시화사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교수는 한국 시화의 출발점을 12세기 고려 문인 정서가 1170년 이전에 쓴 걸로 추정되는 ‘과정잡서(瓜亭雜書)’로 보고 있다. 정서는 유배생활 중 왕이 자신을 불러주지 않아 억울함을 호소하는 노래 정과정곡(鄭瓜亭曲)을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과정잡서는 현존하지 않지만, 속파한집서(續破閑集序) 등을 통해 그 존재가 알려져 있다. 실물이 남아 있는 고려시대 이인로(1152∼1220)의 파한집(破閑集·1211년)을 한국 시화의 효시로 보는 게 학계 통설이다. 과정잡서는 이보다 40년 이상 시기가 앞선다.
기존 연구의 사각지대였던 현대 시화사도 폭넓게 조명했다. 반드시 한시에만 국한될 필요가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시조 시인 조남령(1918∼미상)이 1949년 문예월간지 ‘학풍’에 기고한 ‘시화삼제(詩話三題)’를 소개하며 “시조를 보는 독자적 안목을 제시한 문예비평”이라고 평했다. 1914년 10월∼1915년 3월 잡지 ‘공도’에 ‘조선고대부인시문고(朝鮮古代婦人詩文考)’를 연재하는 등 여성 시문학에 일찍이 주목한 문인 김원근(1870∼1944)의 이야기도 담겼다.
안 교수는 “한국 시화는 시 창작법을 위주로 설명하는 중국 시화와 달리 시에 얽힌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한민족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