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혼란] 정부, 빅5 환자 쏠림 개선 나서 “의사 의무배치 인력 계산법 바꿔 과도한 전공의 의존 구조 탈피”
12일 대구의 한 종합병원 복도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내려진 업무개시명령서가 붙어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학병원 교수들이 병원 이탈 움직임을 보일 경우 이들에 대해서도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법적인 절차를 거쳐 원칙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뉴시스
정부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 사태를 계기로 전문병원을 육성하고, 대형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각급 병원들이 규모가 아닌 실력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는 체계를 만들어 전문성을 갖춘 강소 전문병원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문병원의 역할을 강화해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현상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특정 질환을 집중적으로 진료하는 전문병원은 전국에 109곳 있는데, 지난달 전공의 이탈 이후 환자가 상당히 늘어난 상태다. 한 총리는 전날 뇌혈관 전문병원인 명지성모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뛰어난 진료 실적을 보인 전문병원과 강소병원에 환자가 많이 이송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보건복지부 등에 지시했다. 명지성모병원의 경우 일반병실과 중환자실 수용률은 전공의 이탈 사태 전보다 15%가량 늘었다고 한다.
또 정부는 대형병원의 과도한 전공의 의존 구조를 바꾸기 위한 조치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약 40%로 미국 일본 등이 10% 내외라는 점을 고려할 때 비정상적인 구조”라며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 기준을 개정해 전공의를 전문의의 2분의 1로 산정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설립 시 의사 의무 배치 인력을 계산할 때 지금은 1명으로 계산하는 전공의를 0.5명으로 계산해 전문의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에는 내년부터 전문의 고용을 늘리고 전공의 업무를 줄이는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 사업’이 추진된다.
문제는 비용이다. 그동안 병원들은 전문의에 비해 급여가 낮은 전공의를 많이 쓰며 수익을 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려면 인건비가 훨씬 많이 든다”며 “현재의 병원 수익 구조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부는 병원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전문의 중심 병원에 수가를 추가로 지원하는 정책도 병행할 방침이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