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된 고지방·고탄수 함유량 높아 중독 일으키고 학습 능력 떨어트려
감자칩과 시리얼 등 각종 초가공 식품이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담배와 술, 마약처럼 중독을 일으킨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초가공 식품에 의한 정신 건강 상태를 “초가공 식품 사용 교란”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식품이 정신 건강에 해로운 것은 물론 수면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초가공 식품들은 대부분 비만, 2형 당뇨, 암,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많은 초가공 식품들이 두뇌의 보상 시스템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미 미시건대 심리학과 애슐리 기어하트 교수는 초가공 식품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이 니코틴, 알콜, 각종 중독성 약품에 못지않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초가공식품을 간절히 원하게 돼 충동적으로 소비하면서 끊지 못한다”는 것이다.
각종 칩과 시리얼, 간식용 바 등 초가공 식품은 제조 과정에서 원료를 분자 단위까지 분해해 수분과 식이섬유를 제거함으로써 씹기 쉽고 소화가 잘되도록 만든다. 기어하트 교수는 초가공 식품의 성분이 뇌에 빠르게 도달하면서 중독성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또 초가공 식품이 일반적으로 지방과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것도 중독성을 일으켜 끊기 힘들게 만드는 이유다.
사람들이 중독적으로 섭취하는 대표적 식품들이 초콜릿, 아이스크림, 프렌치 프라이, 피자, 칩 등이다. 이들은 자연 식품들과 달리 정제 탄수화물과 지방의 비율이 매우 높다.
최근 세포 대사 학술지에 실린 논문에 연구에 따르면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품을 8주 동안 섭취한 사람들의 뇌를 스캔한 결과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품을 먹을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 만으로도 동기화, 학습, 기대감, 기대 보상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서 도파민 분비가 늘어나는 것이 관측됐다.
미 버지니아공대 건강행동연구센터 부소장 알렉산드라 디펠리스안토니오 교수는 “좋아하는 패스트 푸드 간판을 보거나 식품 포장을 보기만 해도 뇌활동이 증가하면서 그 식품을 먹으려는 욕구가 커진다”고 말했다.
한편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품이 학습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하는 도중에 그림을 보여주면서 특정 소리가 울리면 버튼을 누르도록 하는 실험에서 실험 대상자들이 그림 자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호주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는 4일 동안 포화 지방과 설탕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아침 식사로 먹게 한 뒤 학습 능력과 기억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식품을 먹은 사람들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관측되지 않았다.
정신건강에도 식품이 영향을 미친다. 초가공 식품 섭취가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들이 다수 있다. 또 지난달 영국의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과 불안 장애, 수면 장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어하트 교수는 이 같은 증세를 “초가공 식품 섭취 장애”라고 명명하고 정신병 의사와 심리학자들이 환자를 분석하는 공식 지침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호주 디킨대 식품 및 기분 센터 펠리스 재카 소장은 식품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 가운데 하나가 장내 미생물이라고 밝혔다. 정신 건강과 관련이 큰 면역 기능과 스트레스 반응,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 생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