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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원이지만 민주당 소속 대통령을 공정하게 수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각각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기밀문건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한국계 로버트 허 전 특별검사(51)가 같은 날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수사의 공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이 “공화당원인 그가 고령에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는 바이든 대통령을 흠집 내기 위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했다”고 몰아세운 데 따른 반박이다.
이날 청문회장에서는 대통령의 기억력 저하를 의심할 정황이 충분하다는 녹취록 또한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015년 뇌종양으로 숨진 장남 보를 언급하면서 아들의 사망 시기는 물론 자신의 부통령 퇴임 시기 등도 헷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 장남 사망 시기 헷갈린 바이든
이날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허 전 특검은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민주당은 허 전 특검이 공화당원이라는 점, 그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연방 지검장이라는 고위직에 오른 점 등을 부각하며 지난달 보고서 공개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취지의 공세를 폈다.
지난달 허 전 특검은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의혹을 불기소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기소를 하더라도 배심원단이 대통령을 “기억력 나쁜 노인”으로 판단해 유출이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고 평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적시했다.
이날 허 전 특검은 “정치는 내 수사 단계 결정, 보고서 작성에 사용한 단어 등 어떤 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왜 불기소 결정을 내렸는지를 설명하려면 대통령의 기억력에 대한 평가를 반드시 넣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범죄 의도를 평가하려면 피의자의 정신 상태 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허 전 특검이 작성한 조사 진술서 전문도 공개됐다. 진술서에 포함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약 5시간 동안 특검 수사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문서들의 유출 시기와 경위를 질문받자 “음, 잘 모르겠다. 2017년? 2018년?”이라며 말을 더듬었다. 이어 “이때쯤 아들은 파병 됐거나 죽어가고 있었다”며 “보가 어느 달에 죽었지?”라고 했다.
다만허전특검은 ‘대통령이공직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일부 의원의질문에는“보고서에는 그러한 문제에 대한 의견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답하지 않았다.
●‘아메리칸 드림’ 강조
허 전 특검은 모두(冒頭)발언에서 가족사를 언급하며 거듭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자신의 부모가 한국전쟁 당시 한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면서 “아버지는 배고플 때 미군들이 나눠준 음식에 감사한 기억을 갖고 있고, 어머니는 외할머니 품에 안겨 남쪽으로 피란했다”고설명했다.
이어 “이 나라(미국)가 아니었다면 부모님과 나의 삶은 매우 달랐을 것”이라며 “어떤 역할을 맡든, 어떤 행정부에서 일하든 동일한 기준과 공평성을 적용했고 감사한 마음으로 공직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