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2연속 메달 도전 ‘피겨왕자’ 차준환 이번 시즌 프로그램 난도 높였다가… 발목 부상에 그랑프리 출전도 못해 버티며 연습하다 또 무너지고… 지난달 4대륙선수권 3위 오르며… 훈련 소화할 정상 컨디션 되찾아
‘피겨 왕자’ 차준환(23·고려대)은 18일부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차준환은 지난해 은메달을 따면서 한국 남자 싱글 선수로는 처음 이 대회 시상대에 섰다. 2023∼2024시즌을 마무리하는 대회인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만난 차준환은 “이번 시즌은 정말 힘들었다. 올해 세계선수권은 지금까지 버텨 온 과정을 빛나게 하는 대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세계선수권을 2위로 마친 차준환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쇼트 프로그램에 두 번, 프리 스케이팅에 세 번 배치하는 등 프로그램 구성 난도를 높였다. 그런데 발목 신경에 통증이 찾아왔다. 그 바람에 그랑프리 시리즈 시즌 첫 무대였던 지난해 10월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총점 216.61점(9위)에 그쳤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기록했던 개인 최고점(296.03점)보다 79.42점이나 낮았다. 이후로는 부상 악화로 그랑프리 시리즈에 아예 출전도 못 했다.
차준환은 “기술적인 부분을 정말 열심히 준비하면서 자신감이 쌓였다. 그러다 준비한 것들을 부상 때문에 하나도 못 하게 되니 상실감이 찾아왔다. ‘나는 여기까지인가’ 좌절하기도 했다. 마음에도 부상이 찾아왔던 것”이라며 “‘아예 쉬면서 회복에 전념하는 게 맞나’ 아니면 ‘시즌을 끝까지 가는 게 맞나’ 고민이 많았는데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건 지난달 열린 4대륙선수권을 2주 정도 앞둔 시점부터 통증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 덕에 조심조심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다. 차준환은 유럽을 제외하고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대륙 선수가 참가하는 이 대회에서 총점 272.95점으로 3위에 오르며 부활 신호탄을 쐈다. 차준환이 이번 시즌 국제 대회에서 포디움에 오른 건 이 대회가 처음이었다. 차준환은 시즌 마지막 대회인 세계선수권을 코앞에 두고서야 훈련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됐다.
2023∼2024시즌 내내 부상과 씨름한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간판 차준환은 시즌 마지막 대회인 세계선수권을 앞두고서야 훈련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컨디션을 회복했다. 지난해 대회에서 한국 남자 피겨 최초로 세계선수권 입상 기록을 남겼던 그는 “늘 그래 왔듯 꾸준하고 끈질기게, 시즌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차준환의 이번 시즌 프리 연기 배경 음악은 영화 ‘더 배트맨’ 주제가다. 배트맨은 도전에 실패해 좌절하다가 다시 극복하는 캐릭터다. 차준환은 “그래서 배트맨에게 끌렸다. 슈퍼히어로인데도 특출한 능력이 있는 게 아니라 맨날 운동하고 스스로 단련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꾸준하고 끈질긴, 무엇보다 도망치지 않는 매력이 있는 ‘차준환의 배트맨’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차준환이 지난해 대회서 은메달을 따면서 올해 세계선수권에는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다인 3명이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차준환과 함께 이시형(24·고려대), 김현겸(17·한광고)이 16일 캐나다로 출국해 이번 대회에 나선다. 차준환은 “피겨는 개인 종목이어서 동료들에게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게 티켓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밖에 없다. 올림픽 다음으로 큰 대회인 세계선수권에 같이 나갈 수 있어 정말 뜻깊다. 함께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세 선수는 22일 쇼트, 24일 프리 연기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