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 ‘잇다’ 선생님 8인의 초등 새학기를 위한 현실적 조언 교우관계 잘하려면 감정 조절 필수… 역할놀이 등으로 공감 능력 키우길 예민한 아이라면 하교 후 쉬게 하고… 학원은 학교 생활 적응한 뒤 보내야
서울·경기 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모임 ‘잇다’에 소속된 교사들. 이들은 “학교의 안팎을 잇고 교사·학부모·학생을 잇는다는 취지에서 이름을 지었다” 라고 설명했다. 잇다 제공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모습으로 생활할지, 새로 만난 친구들과 교우 관계는 원만할지, 공부는 잘 따라갈지…. 만약 학기 초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이런 학부모를 위해 교육공동체 ‘잇다’에 소속된 김지혜(세륜초), 김희연(서울송원초), 고경란(송례초), 이승주(신도림초), 임여정(충무초), 정혜민(동교초), 조해리(온수초), 이가영(경기 구름산초) 교사 등 서울·경기 초교 교사 8명에게 현실적 조언을 들어봤다. 이들은 ‘학교에서 빛이 나는 아이들’을 함께 펴낸 필진이기도 하다. 임 교사는 “교사와 학부모는 한 아이를 올바르게 키워 나가기 위한 같은 목표를 가지고 2인 3각 경기를 하는 것”이라며 “교사와 학교를 믿고 신뢰해 달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친구 문제로 고민이라고 한다.
―원만한 교우 관계를 유지하도록 지도하고 싶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평소 ‘네 마음은 어때’ 같은 질문으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도록 하는 게 좋다. 역할놀이나 책읽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헤아려보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에서 놀이할 때 아이를 위해 무조건 져주면 안 된다. 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자녀가 기질적으로 예민하다면.
“예민한 아이일수록 학교에서 받는 자극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 하교 후 쉬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게 좋다.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학원도 학기 초 적응기가 지나고 다니게 하는 걸 추천한다. 완벽을 추구하다 지칠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학습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민한 감정이 터질 걸 우려해 다 받아주기보다 명확한 규칙과 경계선을 제시하고 이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수업을 잘 따라가기 위해 필요한 게 뭔가.
―선행학습을 많이 시키는 게 도움이 되나.
“선행으로 깊이 있게 공부한 경우는 드물다. 문제는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이 깊이 있게 학습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 안다고 착각해 수업을 안 듣는다는 점이다.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습 무기력에 빠지는 아이도 많다. 안정된 정서 위에서 학습이 이뤄져야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스트레스 해소 없이 과도한 학습량을 소화하다 보면 학습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스마트 기기 노출을 최소화하고 가족 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기본적인 걸 가정에서 지키는 게 선행학습을 많이 시키는 것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아이가 안정된 정서를 기반으로 더 뛰어난 학습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초등생도 놀이 시간이 중요한가.
“교실에서 인기 있는 아이들을 유심히 보면 ‘잘 놀 줄 안다’는 공통점이 있다.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즉각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규칙에 따라 상황이 변하고 다른 친구들 의견을 조율하다 보면 소통, 창의, 협업, 문제 해결 능력이 모두 길러진다. 고학년 아이들에게 어려운 개념을 가르치기 전에 주로 체육 수업을 배치하는 것도 몸을 쓰는 놀이를 통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실컷 논 아이들이 더 잘 배운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주제로 가족들과 얘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좋다. 왜 그렇게 되는지, 결과는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던져 사고의 폭을 넓히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또 배운 내용을 응용해 혼자 힘으로 난도 있는 문제를 풀어볼 기회를 많이 갖는 것도 중요하다.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 가족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논리력도 향상될 수 있다.”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고 싶다.
“아이가 직접 선택하고 선택에 따라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얘기를 나눠보면서 자존감 형성을 도울 수 있다. 예컨대 친구와 놀기, 도서관에서 책 읽기, 숙제하기 등 선택권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아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다. 또 아이에게 실패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아이들은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실패를 비난할 게 아니라 함께 긍정적으로 해석해주면서 실패를 딛고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