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장애의 진단과 치료 ‘마른 몸’ 집착하며 안 먹거나 폭식… 젊은층서 주로 발생해 삶 망가져 정신-심리-영양 다각적 치료 필요… 자녀가 식사 자주 거른다면 의심을 매체 속 극단적 체중감량 경계하고… 중고교 과정에 예방교육 포함해야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섭식장애 인식주간을 개최한 김율리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그는 국내에서 섭식장애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특히 청소년에서 문제가 심각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보니 국가 대책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한국에서 섭식장애는 ‘젊은 여성의 다이어트 강박증’, ‘의지력만 발휘하면 해결될 습관 문제’ 정도로 치부되며 사회적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섭식장애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며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실제로 섭식장애의 유병률(인구 대비 환자 수)이 9%에 달한다는 미국 연구도 있다.
특히 섭식장애 환자의 80%는 25세 이하 젊은층이다. 김율리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섭식장애로 청소년과 청년들의 삶이 황폐화되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섭식장애는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 시 완치가 가능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예방과 치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를 만나 섭식장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섭식장애가 뭔가.
“쉽게 설명하면 먹는 것에 대한 태도와 감정 등에서 통제할 수 없는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스스로가 조절할 수 없고, 다시 원래의 편안한 식습관으로 돌아올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경우에 해당한다. 극단적으로 체중이 감소하는 거식형 섭식장애, 폭식을 반복적으로 하는 폭식성 섭식장애 등이 섭식장애의 전형적 형태다. 하지만 비정형화된 섭식장애가 실제론 훨씬 많다. 음식 섭취가 두려워 먹기를 피하는 정상 체중의 거식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불안함, 완벽주의, 우울감, 자존감 저하 같은 마음의 어려움에서 시작된다. 마른 몸, 다이어트 강박 등 보이는 증상에 가려진 병의 기저에는 이런 심리적 어려움이 있다. 그런 상태에서 외모, 체중 등에 대한 부정적 자극이 섭식장애를 촉발하는 방아쇠를 당긴다. 특히 청소년기는 신체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고, 친구들 간 평가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많이 발생한다.”
―섭식장애가 있다면 병원을 언제 가야 하나.
“거식증은 체중이 확연히 줄기 때문에 보통 조기에 드러난다. 다만 정상 체중인 거식증도 있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가 식사를 자주 거르고 다이어트 강박이 심해지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자녀가 식사를 회복하도록 유도하되 변화가 없다면 악화되기 전에 내원하는 게 좋다. 거식증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게 특징이라 치사율이 높다. 사망 환자 5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남성 거식증 환자의 사망률은 여성 환자보다도 높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예방은 어떻게 하나.
“청소년기에 다이어트 강박이 생기면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되고 회복되기 점점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TV 등에서 연예인의 극단적 체중 감량을 트로피처럼 다루지 않아야 한다. 청소년들은 스타들의 체중 감량 방법을 비판 없이 흡수하고 모방하기 쉽다. 이런 단기간의 급격한 체중 감량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낳고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섭식장애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개입은 예방이다. 또래 간 만연한 몸매 이야기는 10대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학교는 또래가 모여 있어 섭식장애 문화가 확산되기 쉬운 환경이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섭식장애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예방을 위한 교육을 중고교 과정에 필수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또 부모와 교사들이 섭식장애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생의 경우 질병 초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을 통한 예방 프로그램이나 회복 프로그램을 확산시키는 게 효과적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