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의사들의 진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살리기 범국민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2024.3.13 뉴스1
최근 필자에게 의료공백 사태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의료계 원로들과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며 필수의료를 지키는 의료인들이 한결같이 토로하는 말이다. 정부도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인지하고 공중보건의(공보의) 및 군의관 투입, 간호사 역할 강화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다만 투입된 의사들의 진료과목이 천차만별인 데다 이들이 각 병원 시스템을 익히기도 쉽지 않다 보니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한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복귀를 위해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중재안을 냈지만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강경모드를 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최근 열린 19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학들이 사직서 제출 쪽으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필수의료 및 응급 중증질환 환자들을 책임지고 자리를 지키던 의대 교수들이 현 상황을 ‘절망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조금씩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에서 ‘2000명’으로 딱 정해 버리고 물러서지 않으니 대화 창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고위 공무원은 “지금까지는 의료계가 잘 버티고 있는데 걱정”이라며 “앞으로 국민이 피부로 심각하다고 느끼면 그때야 의료계와 소통이 시작되는 시점일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의료계의 약점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의사들에게 민감한 성분명 처방, 실손보험 제동 등을 통해 의사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갈 거란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를 두고선 강경 입장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 모순된 의료제도를 방치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을 의료계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