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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목함 지뢰 중상 하재헌 중사 “정봉주 사과문 어이없어…사과 받아줄 생각 전혀 없어”

입력 | 2024-03-14 15:57:00


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가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6.09.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2015년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 도중 북한군의 목함 지뢰가 터져 두 다리를 잃었던 하재헌 예비역 중사(30)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공천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의 ‘목발 경품’ 발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 예비역 중사는 “(정 후보의) 사과를 받아줄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애초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가 찾아와도 만날 생각이 없다”며 “사과하고 사진 찍고 넘어가려고 하겠지만 거기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당시 목함 지뢰 사고로 하 예비역 중사는 두 다리가, 김정원 육군 상사(진)는 오른쪽 발목이 절단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 2023.1.31. 뉴스1

하 예비역 중사는 정 후보로부터 어떤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가 13일에 이어 14일에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문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SNS에 사과문 올려서 뭐 하자는 건가. 결국 본인 지지자들에게 ‘저 사과했어요’라고 보여주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정 후보가 2017년 7월 당시 팟캐스트 방송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직후 논란이 되자 두 사람에게 사과하려 했지만 연락처를 구하지 못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2017년 당시는 우리 두 사람 모두 현역이었고,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름만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어디서 근무 중인지 다 나왔었다. 그런데 왜 사과를 못 하냐. 우리와 접촉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안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황을 무마하려는 변명으로 어이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 후보가 사과했다고 이종명 전 의원도 우리 연락처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안물어본 것이냐”라며 “정 후보가 사과하려는 어떤 노력도 안 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 예비역 중사는 전날(13일) 김 상사와도 메시지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서로 당시에 사과받은 적 있냐고 묻고 그런 적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정 후보는 사과했다는데 정작 받은 사람은 없으니 둘 다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하 예비역 중사는 2019년 전역한 뒤 현재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 장애인조정선수단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제주도에서 전지훈련 중인데 마음이 복잡하다”며 “사건 당시 인터넷상의 악성댓글로 인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듯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정 후보 발언 논란을 두고 13일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한 것에 대해선 “세월이 지나면 잘못이 없어지는 것이냐.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해야 한다”며 “사건 당사자들과 가족들 심정이 어떨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