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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이종섭 논란에 “공수처가 수사권 남용”… 일부 여권엔 “정신 차려라”

입력 | 2024-03-14 18:25:00

李대사 “공수처가 부르면 내일이라도 들어오겠다”
대통령실, ‘임명 철회’ 여권에 “정신차려라” 경고
대통령실, 총선 직전 쟁점화에 정치공작용 의심
장호진 “北, 한류·남한에 대한 동경 등 체제 위협 수준”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뉴스1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4일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논란과 관련해 “지금 나오고 있는 문제 시비들은 주객전도로 핵심이 왜곡돼 있다”며 “출국금지를 길게 연장시키면서 적용한 것은 누가봐도 기본권 침해고 수사권 남용”이라고 밝혔다. 이종섭 주호주대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나를 조사하기 위해 (출석 통보를) 한다면 언제라도 들어오겠다. 당장 내일이라도 떳떳하게 들어와 조사받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대사 임명철회를 거론한 일부 여권 인사를 겨냥해 “자기만 살겠다고 그런 얘기를 하는데 제발 정신 차려야 한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 대통령실 “공수처가 수사권 남용”

장 실장은 이날 SBS 방송에 출연해 “출국금지 조치는 유효기간이 한 달”이라며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연기하면서 막상 조사는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국금지는 수사상 상당히 필요한 긴박한 상황에서 수사를 계속하기 위해 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실장은 이 대사의 수사 회피 논란에 대해 “수사를 회피하고, 도주로 모는 건 제가 보기엔 정말 말도 안되는 억지고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며 “대사 임명을 하려면 아그레망이라는 상대국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거기에 1~2개월 걸리고 유관기관이나 기업에 알려지고 오래 걸리는 호주대사를 택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군인 출신인 이 대사의 주호주대사 임명 배경과 관련해서는 “이 대사가 국방장관 재직 시절 호주와 일을 많이했다”며 “호주가 방산 분야, 인태전략 안보 파트너로 떠올랐고, K9 자주포 계약도 하고 K9 현지 생산공장 기공식 이런 것도 이 대사가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임하고 이틀 만에 신임장 사본을 외교부에 제출했는데 굉장히 이례적으로 빠른 것”이라며 “그만큼 호주에서도 이분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이 대사를 임명 철회할 계획은 전혀 없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 대통령실 “해병대 수사단, 軍 사망사건 수사권한 애초에 없어”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이 대사를 출국금지한 뒤 별다른 출석 통보없이 이를 두 차례 연장하고, 야당이 총선 직전 이를 쟁점화하는 데 대해 ‘총선용 정치공작’이라고 의심하는 기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사가 호주대사로 임명될 가능성이 외교가에 알려진 상태에서 공수처가 이 전 대사를 출국금지한 뒤 3개월 동안 한 차례도 조사를 위한 출석 요청을 하지 않으며 출금을 올 1, 2월에도 두 차례 연장했다”며 “길목을 잡고 이런 타이밍이 오기를 어떻게 보면 기다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 대사 임명철회 의견을 피력한 여권을 향해선 “자기만 살겠다고 그런 얘기를 하는데 제발 정신 차려야 한다”며 “여권 내부 갈등을 노린 의도에 말려드는 격”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채모 상병이 숨진 경위를 둘러싼 군 관련자의 형사책임 범위를 가려내는 이 사건을 두고 대통령실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부풀려져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군 사망사건은 민간 경찰이 수사하게 돼 있는 만큼 해병대 수사단의 권한이 애초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권한도 없는 해병대 수사단이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려한 것은 이 대사가 장관 재임 당시 알아서 바로잡았어야 하는 일이라는 취지다.

● 대통령실 “북한 내 남한 동경 위험 수준”

한편 장 실장은 북한이 남한과 극도의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사실상 절연을 택한 배경에 대해 체제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장 실장은 “북한이 우리를 제1의 주적이라는 얘기를 하는 데 저는 무섭기보다는 굉장히 흥미 있게 봤다”면서 “주변국 정부나 싱크탱크와 의견을 모아 봤는데, 북한 내 한류나 남한에 대한 동경 등이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오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절연하는 게 체제 유지에 필요했다는 분석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