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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비트코인, 정부-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난 가상 화폐예요

입력 | 2024-03-15 03:00:00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발행… “기존 금융 시스템은 모순 많아”
국가-중앙은행의 개입 거부하고… 블록체인 기술로 신뢰-안전 확보
세계 거래내역 10분마다 암호화… 현재 기술로는 장부 조작 불가능



2009년 1월 처음 발행된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개당 7만3000달러(약 9500만 원)를 돌파하며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13일에는 한화 기준으로 1억 원을 일시적으로 넘기도 했다. 정부나 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전망이 엇갈린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국내 원화마켓에서 사상 처음으로 1억 원을 넘었다. 2017년 11월 26일 개당 1000만 원을 넘어선 지 2297일 만에 가격이 10배로 치솟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 지속되는 한 비트코인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동아일보 3월 12일 자)

최근 나온 기사입니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 어떤 사람은 환호하겠지만 땅을 치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후자입니다만, 이번에는 비트코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 전통적인 화폐는 국가가 관리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둘로 나눈다면 실물과 화폐(통화)로 양분할 수 있습니다. 실물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재화와 서비스(용역), 노동과 자본, 부동산 등입니다. 화폐는 쉽게 말해 돈입니다. 원, 달러, 유로, 위안, 엔 등입니다. 화폐는 실물의 교환과 이동 및 저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발명되었습니다. 먼 옛날에는 금, 은 같은 만국 공통의 귀금속이 화폐 역할을 했습니다. 먼 곳으로 이사 간다면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땅을 판 대가로 금화를 받아 새로운 곳에서 집과 땅을 구입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화폐에는 실물에 근접한 가치가 포함(내재)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관념과 문화는 1970년대 초까지 이어집니다. 당시 세계 교역에 통용되는 화폐, 즉 기축통화는 미국 달러였는데 지금과는 달랐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달러는 곧 금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달러가 기축통화로 활용되는 조건으로 달러와 금의 맞교환을 약속했습니다. 35달러를 미국 은행에 주면 1온스(약 28g)의 금을 받을 수 있는 식이었습니다. 이를 ‘금 본위제’(브레턴우즈 체제)라고 하고, 이런 화폐를 ‘태환 지폐’라고 합니다.

그런데 1971년 8월 15일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를 ‘닉슨 쇼크’라고 합니다. 이로써 달러는 태환 지폐에서 ‘불환 지폐’, 즉 금 교환 보증이 없는 지폐로 전락합니다. 금 교환 보증 대신 국가가 법으로 관리를 약속한다는 의미에서 ‘법화(法貨)’라고도 합니다. 현대 경제에서 돈은 곧 법화이기 때문에 화폐는 민간이 아니라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국가 고유의 영역이었습니다.

● 국가-은행 개입 거부하는 암호화폐 등장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알려진 인물은 ‘비트코인: 개인 간 전자화폐 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란 9쪽짜리 논문을 공개하고 2009년 1월 비트코인을 발행합니다. 그는 “재래 통화의 근본적 문제는 신뢰성에 있다. 중앙은행은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아야 하는데, 화폐 통화의 역사는 그 신뢰의 위반으로 가득하다”며 기존 금융 시스템을 비판합니다.

비트코인의 세계는 국가와 중앙은행의 개입을 거부합니다. 그 대신 암호화 기술로 신뢰성, 공신력, 안전성을 확보하려 합니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비트코인의 거래 내역은 10분마다 장부에 기록되고 암호화됩니다. 장부는 블록으로 계속 연결되고 전 세계 서버에 전송됩니다. 만약 누군가 장부를 조작하려면 10분 내 암호를 풀고 전 세계 서버에 분산된 장부를 동일하게 위조해야 합니다.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암호화 기술을 ‘블록체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블록을 만들고 암호로 연결하는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선 암호의 열쇠를 찾아내는 매우 지루하고 복잡한 연산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열쇠 찾기에 성공하면 그 대가로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받게 됩니다. 이를 광산에서 금을 캐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채굴(mining)’이라고 부릅니다.

국가 개입 없이도 화폐를 발행하고 유통·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발명된 것입니다. 인터넷 공간에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가상 화폐’ 또는 ‘사이버 화폐’라고도 부르고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고도 합니다. 비트코인은 2010년 5월 피자 한 판을 1만 비트코인(당시 시세 41달러, 현 시세 약 1조 원)에 구입한 첫 거래를 시작으로 암호화폐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를 지켜보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돈의 흐름은 국가가 엄격히 관리했는데 암호화폐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美, 비트코인 투자상품 합법화하자 가격 급등


우리나라 대법원에선 2018년 5월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정의하며 몰수 대상으로 인정했습니다. 올 7월에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이 시행될 예정입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또 올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습니다. ETF는 간접 투자 상품의 한 종류인데 이를 승인했다는 것은 비트코인을 ‘가상’이 아닌 ‘실물’ 투자 대상으로 공식 인정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모래 행성 예언자의 여정을 그린 SF 영화 ‘듄2’가 개봉됐습니다. 8000년 후 미래 사회에서 우주를 주도하는 능력은 예지력에 있다는 세계관이 담긴 영화입니다. 주인공에게 가상화폐의 미래를 묻고 싶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투자한 것 같습니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지 않도록 잘 감시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철욱 광양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