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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로 철도 안전 확보… 안전사고 절반수준으로 줄일것”

입력 | 2024-03-15 03:00:00

내부 출신 한문희 코레일 사장
“부품 사진만 찍으면 교체시기 확인
시스템 연내 개발… 인력도 양성
공용구간 많은 GTX 출범은 기회… 용산역정비창 개발, 투자 재원 확보”



12일 오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서울본부에서 만난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GTX가 출범하면 KTX가 생길 때만큼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코레일 입장에서도 철도산업 자체의 파이가 커지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팬데믹을 거치며 코레일 내에서도 ‘사고는 날 수 있지 않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장애나 지연은 있어도, 사고는 안 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도 변화해야 하는 때입니다.”

12일 서울 중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서울본부에서 만난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안전사고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한 사장은 신광순 초대 코레일 사장 이후 첫 내부 출신 사장이다. 올해는 KTX 20주년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개통 등 철도산업의 분기점으로 일컬어지는 해. 코레일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X는 출범 20년 만에 전국 반나절 생활권을 일상화하며 국민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KTX 이용객이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하면서 지난해 KTX 매출이 역대 최대(2조4000억 원)를 나타내기도 했다. 반면 잇따른 사고로 국민 불안도 커진 상황. 철도 안전에 대해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한 사장은 “디지털화와 인력 양성을 통해 철도 안전을 확보할 것”이라며 “일례로 올해 안에 철도 부품을 사진만 찍으면 정확한 명칭과 교체 시기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장으로 취임한 뒤 현장의 젊은 직원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는데 직원들이 먼저 ‘숙련된 선배들이 은퇴하는데 교육을 잘 못 받아 걱정’이라고 했다. 내부에서도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도 했다.

이달 말 GTX A노선 개통을 앞두고 지난해 정부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의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 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경전철, GTX 등 다양한 철도가 생기고 있는데, 유지보수 업무는 코레일이 독점하도록 하는 현재 구조는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한 사장은 이에 대해 “운영사가 유지보수 업무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꾸준한 기술 개발과 훈련을 위해 유지보수 기관이 자꾸 변경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A노선의 경우 서울교통공사가 운영을 맡는다.

다만 일각에서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에서 떼어내 코레일을 슬림화·효율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철도 상하분리(철도 건설과 운영·유지보수를 분리하는 것)에서 상하통합으로 다시 바뀌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그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사장은 GTX가 출범하면서 GTX와 노선이 겹치는 코레일 노선의 승객이 감소하며 수익이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사장은 “B, C노선 운영사 선정 입찰에 나설 예정이고, 이렇게 되면 승객 감소 여파를 상쇄할 수 있다”며 “B, C노선은 코레일 공용 구간이 많아 코레일이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은 최근 용산역정비창 개발 사업과 해외 수주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사장은 “코레일이 시행사로서 한국의 새로운 상징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용산에 철도 노선을 추가하는 계획 등을 세우고 있다”며 “잘 개발해서 재무구조 개선 및 각종 투자 재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코레일이 수십 년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실시해온 각종 교육, 그에 기반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해외 수주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최근 필리핀에서 일부 신규 철도 노선에 대해 유지보수 자문에 그치지 않고, 코레일이 직접 유지보수 사업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근 3년 동안 연속해서 낙제점인 D, E등급을 받았다. 안전사고와 200%가 넘는 부채비율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해 동해선 등 새로운 노선이 개통되면서 이용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영업 흑자, 2026년에는 부채비율을 100%대로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KTX가 생겼을 때처럼 GTX를 통해 한국 철도가 한 단계 도약할 것인 만큼 코레일이 철도의 표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