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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한국에 물류센터” 공략 가속도… 쿠팡 등 “올게 왔다” 긴장

입력 | 2024-03-15 03:00:00

“연내 구축”… 3년간 1조 투자 밝혀
2~4주 배송 시간 크게 단축될 듯
업계 “신선식품 영역까지 노릴듯”
자본 앞세워 유통망 흡수 전망도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물류센터 건립을 포함해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는 국내 유통시장에 대한 알리의 공세가 신선식품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초긴장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시장에 3년간 11억 달러(약 1조45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을 마련했다. 알리바바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알리바바그룹의 국제·대외정책 관련 고위 책임자들이 최근 한국에 들어와 대응책을 마련하고 정부와 국회 등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가 해외 플랫폼을 상대로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적극 대응하면서 향후 투자 계획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가 제출한 계획의 핵심은 국내에 초대형 물류센터(풀필먼트 센터)를 확보하겠다는 내용이다. 알리는 국내에 2억 달러(약 2600억 원)를 들여 올해 안에 총 18만 ㎡(약 5만4450평) 규모로 물류창고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 컬리가 가진 물류창고 중 가장 큰 경기 평택시 물류센터(약 20만 ㎡)나 다이소가 경기 양주시에 짓고 있는 허브센터(약 17만 ㎡)와 비슷한 수준이다.

알리는 지금까지 서해와 맞닿은 중국 연안에 물류센터를 지어 놓고 ‘한국 주문’ 물량을 배로 수송해 왔다. 국내에 물류센터를 확보하면 상품 배송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알리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중국 현지에서부터 국내 배송까지 통상 2∼4주 소요된다. 이 시간을 쿠팡, 11번가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취급 물품 중 국내 제조업체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알리는 그동안 ‘해외 직구’ 상품을 중심으로 판매해 왔으나 최근 CJ제일제당과 LG생활건강 등을 입점시킨 데 이어 동원F&B와 삼양 등도 입점을 예고했다. 알리는 올해를 ‘한국 현지화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어 앞으로 이런 행보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유통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예상이 됐던 수순이지만, 알리가 이미 쿠팡에 이은 국내 2위 이커머스 업체로 떠오른 상황이라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대형마트 고위 관계자는 “알리가 물류센터를 지으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국 내 신선식품 유통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갈수록 국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알리가 물류센터를 짓게 되면 그다음 행보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알리가 거대 자본을 앞세워 국내 온라인 플랫폼을 인수해 기존 유통망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알리바바그룹 측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확대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한국 로컬 셀러와의 협력, 소비자 보호,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