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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최태원 ‘반도체 고삐’… 하이닉스 정예회의 직접 주재

입력 | 2024-03-15 03:00:00

“실적 회복”… 연초부터 月한차례씩
곽노정 사장 등 10명 안팎 참여
崔, HBM-AI 등 주력 신사업 챙겨
작년 7조 적자 기록했던 하이닉스… 1분기 1조 영업익 전망 ‘회복 속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사업 관련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1월 4일 올해 첫 현장 경영으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고대역폭메모리(HBM) 현황을 점검했다. SK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부터 SK하이닉스의 수뇌부 경영진이 참여하는 월간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D램 불황의 직격타를 맞아 지난해 7조 원 적자를 낸 SK하이닉스의 실적 회복을 위해 직접 ‘반도체 회장’으로서 고삐를 강하게 조이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연초부터 월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 등 SK하이닉스 경영진이 배석하는 회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곽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배석자들은 현안에 따라 바뀌지만 대부분 사장급이다. 올해 신설된 월간회의는 참석자 수가 최 회장을 포함해 10명 안팎인 소수 정예 회의다.

그간 계열사별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를 강조해 온 SK에서 최 회장이 직접 특정 계열사의 경영진 회의를 주재하는 건 이례적이다. 최 회장은 회의에서 주력 신사업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주요 사업 현황을 보고 받는 동시에 시장 전략 및 연구개발(R&D)과 관련된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질문하며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 주재 회의를 준비하려면 비서실과 직전까지 보고 사항을 조율하며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현재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상황이 복합적이고 이를 직접 챙겨야 한다는 회장의 의지가 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해 그룹의 체질 개선을 일임하는 한편 그룹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분야에서 행보를 넓혀 왔다. 앞서 올해 첫 현장 경영으로 1월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HBM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경영진과 사업 내실 강화 전략에 대해 토론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만나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낸드 시장 추격자인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추진을 막기 위해 직접 일본을 찾아 경제산업성과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메모리 다운사이클(침체기) 직격타를 맞았던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2022년 6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7조7300억 원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영업이익 3460억 원을 거두며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1∼3월)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를 전망하고 있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조1625억 원으로 추정된다. 미국발 AI 반도체 바람으로 회복 속도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전망도 커지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개월 전 1938억 원 △3개월 전 4023억 원 △한 달 전 1조654억 원으로 최근까지 계속 상향 조정됐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인사 이후 최 회장이 그룹에서도 특히 위기를 겪었던 반도체 사업에 좀 더 관여도를 집중해 왔다”며 “CES,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 국제 무대에서도 AI 반도체 잠재 파트너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며 네트워크 확보와 세일즈까지 사업 전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