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승진 발표가 났다.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뒤 입사 이래 가장 좋은 고과를 받았지만, 승진자 명단에 내 이름은 없었다. 인사팀에 확인해 보니 육아휴직 기간 고과가 평고과로 세팅되어 3년 고과 평균이 ‘점수 미달’이라고 했다. 사실 육아휴직 후 복직한 해에 나는 인사 평가에서 하위 고과를 받았다. 상급자는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하위 고과를 주었다. ‘이의제기’라는 절차를 통해 겨우 평고과로 돌려놓았다.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지만, 여성 사회인들이 느끼는 현실은 내가 겪은 바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한편에는 ‘워킹맘은 일을 덜 하는 사람이니 승진에서 밀리는 게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런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의 출산율은 아무리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도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으리란 사실이다. ‘출산율 0.6’ 안에 담긴 진짜 의미와 불합리한 현실에 처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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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정 9년 차 직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