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한국의 행정고시에 해당하는 국가공무원 종합직 시험의 응시 연령을 만 19세로 한 살 낮췄다. 또 공무원도 근무시간을 조정해 평일 하루를 쉴 수 있도록 주 4일 근무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일본을 움직이는 꽃’으로 선망받던 공무원의 인기가 수직낙하하자 내놓은 대책이다. 박봉에다 잦은 야근, 상명하복이 당연시되는 공직 사회를 일본 청년들이 기피하면서 공무원 지원자는 10년 새 반 토막 났다고 한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때 100 대 1에 육박했던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올해 22 대 1로 3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출세의 지름길로 통하던 5급 공채(옛 행시) 지원자도 1만여 명에 그쳐 2000년 이후 가장 적었다. 몇 년 전 미국의 한 일간지가 한국의 공시 열풍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공무원이 되는 건 하버드대 입학보다 어렵다”고 했는데 격세지감이다.
▷게다가 어렵게 관문을 통과해 놓고 공직을 내려놓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받는 퇴직 공무원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 1000명에 육박했다. 과거엔 장차관이나 고위 공무원이 임기를 마치고 민간으로 자리를 옮겼다면, 요즘에는 국·과장급 베테랑 공무원에 이어 20, 30대 공무원까지 가세하고 있다.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구체적인 취업계획 없는 단순 퇴직 등을 모두 포함하면 지난해 퇴직한 5년 차 미만 공무원은 1만3000명을 웃돈다.
▷앞으로 이탈 행렬은 계속될 듯하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실태조사에서 중앙 및 지방 공무원 10명 중 4명꼴로 기회가 되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9급 공무원 초봉이 올해 처음 3000만 원을 넘기고, 공무원 임금이 민간의 83%인 상황에서 이직 이유로는 ‘낮은 보수’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규제를 만들어내는 ‘철밥통’ 공직 사회보다 도전과 창의력이 강조되는 민간 영역에 인재가 몰려든다는 측면에서 탈(脫)공무원 움직임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자부심과 꿈을 잃은 젊은 공무원의 엑소더스는 정부 위기의 신호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