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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EU 포괄적 AI 규제법 통과, 韓 기본법안은 국회서 낮잠

입력 | 2024-03-15 00:18:00


유럽연합(EU)이 인공지능(AI) 개발 기업이 지켜야 할 의무 등을 규정한 ‘AI 법’을 최종 승인했다.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 법안이다. 일부 금지조항이 6개월 뒤 적용되기 시작해 2026년 이후 전면 시행된다. AI 혁명이 야기할 위험을 통제하려는 노력이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본격화되는 데 비해 한국의 대응은 지나치게 굼뜨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의회가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킨 AI 법은 인간과 지능이 비슷한 ‘범용 AI’를 개발하는 기업은 학습 과정에 사용한 콘텐츠를 분명히 밝혀 투명성을 강화하고, 저작권법을 준수하도록 했다. 딥페이크 영상·이미지에는 AI로 조작한 콘텐츠란 점을 표시해야 한다. AI를 활용한 실시간 원격 생체인식 식별 시스템 사용은 원천 금지된다. 위반 기업은 글로벌 매출의 1.5∼7%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같은 날 EU의 AI 선두주자인 프랑스에선 5년간 매년 50억 유로를 AI 산업에 투자할 걸 권고하는 보고서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법을 유럽이 먼저 만들었을 뿐 AI를 통제하는 동시에 육성하는 다양한 조치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작년 10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AI 개발 기업이 제품을 내놓기 전 반드시 안전검사를 받도록 하고, AI로 만든 자료에 식별용 ‘워터마크’ 부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아울러 자국 AI 반도체 업체에 대한 지원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미국에 대항해 중국은 ‘AI+(플러스) 행동’이란 산업 육성책을 내놨다.

한국에도 정보기술(IT)기업, 통신업체의 생성형 AI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AI의 개념 규정, 산업 육성 방안, 규제 원칙을 포함한 ‘AI 기본법안’은 작년 초 발의된 뒤 1년 넘게 국회 상임위에 머물러 있다. 규제를 더 담아야 한다는 의견과 산업 육성이 먼저란 주장이 맞서자 국회가 손을 놔버린 탓이다.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이 법안은 폐기될 예정이다.

미 국무부 의뢰로 만들어진 보고서에 “AI는 인류를 멸종시키는 수준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길 만큼 AI 진화는 빠르고 위협적이다. 눈앞 선거에 정치권이 온 신경을 쏟는 사이 한국의 AI 산업은 나갈 방향과 길을 알려줄 가이드라인도, 지표도 없이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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