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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도태우-정봉주 공천 취소… ‘막말 정치’ 이 기회에 뿌리 뽑아야

입력 | 2024-03-15 00:20:00


4월 총선 공천이 확정된 일부 후보들의 과거 막말이 잇따라 드러나 총선 민심이 흔들리자 여야가 어제 일부 공천을 취소했다. 국민의힘은 대구 중-남에 출마하는 도태우 후보의 공천을,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강북을 정봉주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도 후보는 과거 5·18민주화운동 때 북한군 개입 가능성을 거론한 것을 두고 2차례 사과문을 낸 뒤 “반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받았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한 발언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결국 낙마했다. 정 후보는 7년 전 유튜브에서 “지뢰를 밟으면 목발을 경품으로 주자”고 말했는데,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로 발목과 다리를 잃은 육군 부사관 2명을 조롱한 것으로 해석되는 등 여론이 악화됐다. 민주당 역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 발언 당사자들은 총선 여론을 의식해 즉각 사과했었다. 하지만 공인의식과 함께 안보관과 역사관을 의심하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컸다. 거대 정당은 막말과 증오의 정치에 대한 유권자 실망감이 높은 지금 같은 때일수록 엄정한 태도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런데도 논란 초기에 “사과하지 않았느냐”고 반응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두 정당에는 발언이 문제가 된 후보들이 더 있다. 국민의힘은 대전 서갑에 공천된 조수연 후보가 7년 전에 쓴 “백성들은 조선 왕조보다 일제강점기가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글, 부산 수영 장예찬 후보가 10년 전 쓴 글에 있는 “매일 밤 난교”라는 표현이 미칠 파장에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천안함 함장에게 “부하들 다 죽이고”라고 한 권칠승, 국회의장에게 욕설을 떠올리게 하는 GSGG라는 표현을 쓴 김승원 등 두 민주당 의원도 공천을 받았다.

정치권이 뒤늦게 나서긴 했지만 막말 정치인에게 공천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다짐이 언제든 식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한동훈, 이재명 두 당 대표는 지금까지의 공천을 되돌아보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천은 더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막말하면 진짜 손해’라는 원칙을 보여줘야 할 때가 지금이다. 지금 아니면 언제 그럴 수 있나. 미움의 정치, 남을 후벼 파는 정치가 사라지려면 공천이 바로 서야 한다. 여론 눈치만 보며 적당히 뭉개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