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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줄인다더니… 작년 27조 ‘역대 최대’

입력 | 2024-03-15 03:00:00

킬러 배제 수능변화-의대 쏠림 영향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지출이 27조1000억 원으로 3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등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기조의 변화와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는 2022년 약 26조 원보다 4.5% 늘었다. 사교육 참여 학생 비율도 지난해보다 0.2%포인트 오른 78.5%로 역대 최대였다.

특히 초중고생 중 고교생의 사교육비 지출 증가율이 8.2%로 초등생(4.3%), 중학생(1%)보다 크게 높았다. 학년별로는 고3 사교육비 지출 증가율이 고1, 고2보다 높았다. 서울의 한 고교 국어 교사는 “킬러 문항 배제 등 수능 출제 기조가 지난해 6월부터 급변하면서 불안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 예견됐던 일”이라고 했다.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불안 요인 때문에 사교육 증가가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킬러 문항 배제와 공정 수능은 가야 할 방향이고 안착되면 사교육 경감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능 기조 급변에 고교 사교육비 8% 급증


사교육비 27조 역대 최대
7년만에 최대폭… 고3 1인당 月73만원
‘킬러문항 배제’ 국어 증가폭 가장 커
의대 광풍에 수학-과학 심화학습 늘어… 교육부 “반성할 부분 있다” 고개 숙여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사교육비 통계에선 고등학생 사교육 지출이 큰 폭으로 오르며 전체 사교육비 지출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증가율 8.2%는 2016년 이후 7년 만에 최대폭이다.

● 고교-국어 사교육비 급증

사교육비 지출은 최근 3년째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원인은 조금씩 달랐다. 2021, 2022년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학력 저하를 우려한 학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으로 몰린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사교육비 지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도 초등생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이례적으로 고교생 지출 증가폭이 컸다. 특히 사교육을 받은 고3 학생의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지출은 월 73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7.7% 늘었다. 고1(4.9%)과 고2(5.9%)에 비해 증가율이 높았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초등생과 중학생의 경우 별다른 입시 이슈가 없었다. 반면 고교생의 경우 6월 킬러 문항 배제 방침으로 수능 출제 기조가 바뀌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초중고교생의 과목별 사교육비는 영어가 월 12만8000원으로 가장 높았지만, 전년 대비 증가폭은 국어가 11.1%로 가장 컸다. 서울의 한 고교 국어 교사는 “킬러 문항은 주로 수학 과목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수학이 쉬워지는 대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국어를 어렵게 내 정시 변별력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의대 광풍’과 지난해 하반기(7∼12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발표도 사교육비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최근 수년 동안 이과 학생들이 의대나 약대 진학을 위해 수학이나 과학을 심화학습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게 사교육비 증가 요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사교육비 증가에) 의대 문제도 있긴 하지만 공교육 내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모 경제력에 따른 사교육 격차도 여전했다. 월평균 소득 3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월평균 18만3000원, 사교육 참여율은 57.2%였다. 반면 소득 800만 원 이상인 가정의 경우 사교육비는 67만1000원, 참여율은 87.9%였다.

● “사교육비 줄이겠다” 목표 못 지켜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한 후 지난해 9월 국회에 “사교육비 지출을 전년보다 1조8000억 원 적은 24조2000억 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학생 수가 전년 대비 7만 명가량 줄었는데도 사교육비는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자 “반성할 부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역대급 불수능’으로 당분간 사교육비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사교육 카르텔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특정 입시학원을 오히려 대대적으로 정부가 광고해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저출산으로 한두 자녀에게 사교육비를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이어지는 한 정부 정책으로 사교육비를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사교육비 경감보다 지역별 교육 격차 축소로 정책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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