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백영호/백경권 지음/360쪽·5만 원·윤진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1960년대 베트남 정글의 전장(戰場)에서, 뜨거운 지하의 독일 탄광에서 반복적으로 울려 퍼졌던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1964년)는 가사처럼 서글펐던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65년 왜색(倭色)이 짙다는 이유로 정부에 의해 방송금지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이 시대 한국인들의 대표 애창곡이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사석에서 이 곡을 즐겨 부르곤 했다.
올해로 ‘동백 아가씨’가 예순을 맞은 가운데 국내 최초로 음반 100만 장 판매기록을 세운 이 곡의 작곡가 백영호(1920∼2003)의 삶을 다룬 평전이 나왔다. 내과의사인 그의 장남이 부친이 남긴 육성 녹음테이프와 유품을 바탕으로 주변 인물들을 두루 인터뷰해 책을 썼다. 이미자, 배호, 나훈아, 남진 등 스타 가수들을 비롯해 박춘석, 박시춘 등 전설적인 작곡가들과 얽힌 인연도 다뤄 1960, 70년대 한국 대중음악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