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진상·김용 변호인 민주당 강세 지역 대거 공천
“새롭게 드러난 내용이 없었다. 그럼에도 오디션 전부터 관련 소명을 했고, 당에서도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며 끝낸 문제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번복)된 것이다. (전략선거구를 다루는) 전략공천관리위원회(전략공관위)는 재심을 할 수 없는데 왜 결정을 뒤집느냐. 정작 나는 재심 절차가 없어 정식으로 (바로잡아 달라) 요구하지도 못했다.”
후보 선출 방식 변경에 술렁
[뉴스1]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이 3월 13일 기자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2차 가해 논란이 있었지만, 이미 소명된 사안이라고 일축한 것이다. 성 전 행정관은 “지도부에 (경선 과정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청년 전략선거구’로 지정한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해 경선 최종 후보 3인에 들었으나, 발표 다음 날인 3월 8일 전략공관위가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결정을 번복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당초 탈락했던 김동아 변호사가 경선 후보에 오르며 논란이 커졌다. 김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변호를 맡아 ‘대장동 변호사’로 일컬어진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른바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 논란을 겪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들의 공천 과정에서도 잡음이 이어졌다. 청년 전략선거구였던 서울 서대문갑은 당초 중앙위원 100% 투표로 후보를 결정하려 했으나 “중앙위원이 지역구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부딪쳤다. 이후 권리당원 70%, 서대문갑 유권자 30%로 변경했으나 “지역 유권자보다 권리당원의 표심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권리당원 다수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으로 알려진 탓에 “친이재명(친명)계를 위한 방식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특히 ‘최종 3인’에 들지 못했던 김 변호사가 탈락 번복을 거쳐 공천장을 받으며 논란은 증폭됐다. 민주당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은 “시민단체, 여성단체 등에서 (성 전 행정관에 대한) 강력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국민적 요청에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 (제외)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 전 행정관은 “절차도, 설명도 없이 후보를 바꿔치기 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3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4등으로 탈락했던 대장동 변호사도 부활시켜 기어코 공천장을 쥐어줬다”고 비판했다.
중진 꺾은 변호사들
이 대표와 김 씨의 법률 대응을 도운 후보 6명은 모두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 공천됐다. 광주 광산갑과 광주 서구을, 세종갑은 보수정당이 총선에서 한 번도 승리해본 적 없는 지역구다. 서울 서대문갑은 최근 3번의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과 민주당 후보가 연이어 당선한 지역이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데, 그는 이곳에서 4선을 했다. 부천을과 부천병 역시 최근 3번의 총선에서 모두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가 승리한 지역이다.
현역의원이 일찌감치 공천 탈락을 예감하며 탈당하는 일도 있었다. 김기표 변호사가 공천된 경기 부천을은 무소속 설훈 의원의 지역구다. 설 의원은 경기 부천을에서 4연임 도전을 앞두고 현역의원 하위 평가 통보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31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주간동아 기자 displ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