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배달 관련 비용에 분노하는 외식업주 플랫폼 기업은 해명보다 상생안 마련할 때
박형준 산업1부장
딸이 대학 입시를 끝내고 최근 일본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밤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했기에 마중을 나갔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일본 여행기를 조잘거리더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일본은 다 좋았는데 딱 한 가지가 아쉬웠다. 배달음식을 못 먹는다는 것이다. 빨리 집에 가서 배달음식 주문해야지.” 그때 시간이 오후 11시 30분이었다.
도쿄 특파원 시절을 떠올려 보면 일본에서 배달음식을 주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면 한국에선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배달음식을 먹는다.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면 따뜻한 음식을 너무나 손쉽게 집에서 맛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2조7000억 원 규모였던 음식 배달 온라인 서비스는 작년 26조4000억 원으로 약 10배 커졌다. 비례해 ‘라이더’라 불리는 배달원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자영업자도 이득을 누렸다. 배달을 전문으로 하면 굳이 유동 인구가 많은 1층에 식당을 낼 필요가 없기에 초기 투자비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이용자 편리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딸이 자정 가까운 시간에 문 연 음식점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게끔 만들어줬다.
서울 한 치킨집에서 치킨 한 마리와 음료를 합쳐 2만5000원을 받는다고 치자. 식당에서 팔면 주인은 고스란히 2만5000원을 손에 쥘 수 있다. 배민1플러스를 통해 주문을 받으면 중개이용 수수료(음식값의 6.8%·1700원), 배달비(3200원), 카드 결제수수료(750원), 부가가치세(565원) 등 6215원이 빠져나간다. 주인 몫이 줄어드는 데다 대폭 오른 식자재 비용, 인건비, 상가 임대료 등까지 감안하면 거의 남는 게 없다. 그렇기에 주인은 정액제가 아닌 정률제의 수수료가 부담스럽고, 과거보다 높아진 배달비에 분노한다.
하지만 배민 측도 할 말이 있다. 정률제 수수료 6.8%는 국내 경쟁사뿐 아니라 해외 동종 업계와 비교해도 가장 낮다. 음식점 주인들은 정액제 상품을 고를 수도 있다. 배달비 3200원은 배민에 귀속되는 게 아니라 대부분 라이더에게 돌아간다. 소비자들은 배달 상황을 휴대전화로 파악할 수 있어 배민이 직접 운영하는 배달 시스템을 더 원하는 측면도 있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갈등을 줄일 수 있을까. 과거 동아일보 한 선배가 칼럼에 소개했던 층간소음 방지책을 참고로 소개한다. 그 선배는 층간소음에 고통스러우면 수박 한 통을 사서 위층에 전하면서 “소음에 조금만 신경 써 달라”고 부탁하라고 조언했다. 위층에 가서 항의하거나, 관리사무실에 전화해 대처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 측면에서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향후 7년간 외식업주 경영 지원 등에 2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최근 발표한 것은 인상 깊다. 영업이익 약 4200억 원인 회사로선 적은 돈이 아니다. 배민이 수박 한 통을 자영업자에게 내민 셈이다.
박형준 산업1부장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