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오늘부터 이틀간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중단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은 버블 붕괴에서 시작된 30여 년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단기금리를 ―0.1%로 유지해 왔다. 이달 결정되지 않더라도 BOJ의 마이너스 금리 종료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BOJ는 2007년 2월 이후 금리를 계속 낮췄다. 한 번도 올린 적이 없다. 2016년 2월에는 결국 금리가 바닥을 뚫고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손해가 나니 대신 더 투자하고, 더 쓰라는 의도였다. 하지만 버블 붕괴 시절 자산가치 폭락을 경험한 일본인들은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그새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성장률도 바닥을 헤매면서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던 일본이 달라졌다. 작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1%로 41년 만에 최고로 높아졌다. 성장률도 1.7%로 1.4%인 한국보다 높았다. 디플레 늪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르면서 일본 정부와 BOJ는 마이너스 금리 중단을 위한 ‘마지막 시금석’으로 임금 상승률에 주목해 왔다. 근로자들의 임금이 물가 이상으로 오르지 않으면 결국 소비만 위축돼 경제가 다시 고꾸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8년여 만에 일본이 ‘금리 있는 세계’로 복귀하는 건 경제가 정상화된다는 신호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 피치 못할 부작용도 생긴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60%나 되는 국가부채가 제일 큰 문제다. 일본 정부 한 해 예산의 4분의 1에 이르는 국채 이자 부담이 금리 인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BOJ가 금리를 올리더라도 수준은 0∼0.1%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이유다.
▷미국, 유럽연합(EU)이 이르면 올해 6월부터 기준금리를 낮추고, 일본은 반대로 금리를 높인다면 일본으로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달러, 유로에 비해 엔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엔화와 비교한 원화 가치도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기업과 해외에서 경합하는 한국 수출 기업엔 반가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일본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씀씀이를 좀 줄여서 계획을 짤 필요가 있겠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