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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식혀라… 액침냉각 등 신기술 봇물

입력 | 2024-03-18 03:00:00

AI 기업들, 전력 40% 냉각에 사용
지속가능 서버 냉각방식 개발 사활
SKT-엔비디아, 특수용액 ‘액침냉각’
MS ‘바닷속 센터’-네이버 ‘자연바람’



지난해 11월 SK텔레콤 직원들이 인천사옥에서 온도가 높아진 서버를 특수 액체에 담가 냉각시키는 ‘액침냉각’ 테스트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시설인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로 변하면서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AI가 이미지나 음성, 영상까지 포함하는 멀티모달 형태로 고도화면서 전력과 물 사용량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나라에서 데이터센터 규제 움직임까지 보이자 기업들의 대응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17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세계 각국의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할 것으로 예측되는 전력은 최대 1050TWh(테라와트시)로 2022년(460TWh)보다 2.28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AI 영향이 크다고 봤다. 오픈AI의 GPT-3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1300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이 사용된다고 추정되는데, 이는 미국 130가구가 연간 소비하는 전력량이다. 데이터센터 평가·인증 기관 업타임인스티튜트는 전 세계 전력 사용량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2%에서 2025년 10%로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미국 AI 스타트업 허깅페이스와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멀티모달 AI가 텍스트를 요약·생성하는 AI보다 많게는 58배까지 전기를 더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은 전력을 많이 사용하면서 탄소까지 다량 배출하는 데이터센터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아일랜드는 2028년까지 수도 더블린에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를 제한하기로 했다. 그동안 낮은 법인세를 앞세워 많은 글로벌 기업을 유치했지만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으로 늘며 국가 전체 전력의 28%까지 소비하는 상황이 되자 제동에 나선 것이다.

미국 상원은 지난달 1일 ‘AI 환경 영향법’ 도입을 제안했다. 이 법안에는 AI의 에너지 소비와 하드웨어 수명주기 등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AI 개발 주체가 스스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제가 내년부터 1000㎡ 이상 민간 건축물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도 에너지 자립률 20% 이상 등 인증 요건을 지켜야 한다.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친환경 방법을 찾고 있다. 뜨거워진 서버를 식히는 데만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의 40%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열 관리’가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감소의 핵심인 셈이다.

최근에는 ‘액침냉각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서버 자체를 전기가 흐르지 않는 특수 용액에 통째로 넣어 식히는 방법이다. 공기나 물로 열을 식히는 기존 방식보다 전력 소모와 운영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비디아가 최근 차세대 AI 서버에 액침냉각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액침냉각 전문기업 미국 GRC와 기술검증을 성공했고, 올해 인천사옥 AI 전용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계획이다.

친환경 에너지 활용도 적극적이다. 구글은 청정에너지 개발 스타트업 퍼보(Fervo)와 함께 미국 네바다주에서 지열(地熱)을 데이터센터 전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바닷속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나틱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다. 네이버의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자체 개발한 공조 시스템 설비를 통해 자연 바람으로 서버실을 냉각한다.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에 서버에 사용한 물을 자연 공기만으로 식히는 친환경 시스템을 적용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