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출간 회고록 ‘인생…’서 밝혀 마라도나엔 “어느 손이 죄 지었나” 홀로코스트 등 역사적 순간도 다뤄 WP “내면 혐오 뿌리뽑으란 메시지”
2021년 12월 바티칸에 있는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이탈리아 기자와 활짝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평생 검소하게 산 것으로 유명한 교황은 즉위 후에도 교황 관저 대신 여행자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살고 있다. 바티칸=AP 뉴시스
“나이 든 자가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빈자의 대변인’이라 불리며 사랑받는 프란치스코 교황(88)이 첫 회고록을 출간한다. 교황은 “과거의 실수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우리의 세계가 밟아온 길을 짚어 봤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축구를 좋아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와 만났던 일화도 소개했다. 바티칸에서 마라도나를 만난 교황은 “어느 쪽이 ‘죄지은 손이냐’고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핸드볼로 넣은 결승골로 평생 ‘신의 손’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교황은 회고록에서 자신이 꼽은 중요한 역사적 순간도 깊이 있게 다뤘다. 제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와 일본 원폭 투하, 아르헨티나 페론 정권 독재, 9·11테러 등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교황이 삶의 고통을 줄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내면의 혐오와 증오를 뿌리 뽑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평했다.
교황은 가톨릭 내부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움직임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나는 최악의 모욕에는 귀를 막고 있다”며 “바티칸은 유럽에 남은 마지막 절대왕정 같다. 교회 내 권모술수는 즉각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2월 보수파의 반발에도 동성 연인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
2013년 77세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만성 호흡기 질환 등으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황은 “나는 건강하다”며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다. 결실을 맺어야 할 프로젝트가 많다”고 답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