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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공장 닫아 쇠락한 도시, 팍팍한 현실속 주인공은…

입력 | 2024-03-18 03:00:00

2022 전미도서상 수상작 ‘우주의 알’
저자 건티 “23세부터 5년 동안 집필
제 글속에서 ‘낯설게 하기’는 필수죠”




“저는 제가 잘 아는 장소의 불안정하고 어른어른 빛나는 버전을 만들고 싶었어요.”

테스 건티

신간 ‘우주의 알’(은행나무)의 저자 테스 건티(31)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22년 전미도서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 장편소설은 그의 데뷔작이다. 건티는 1960년 스물일곱 살에 전미도서상을 받은 필립 로스 이후 가장 젊은 수상자다. 미국 노터데임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뉴욕대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스물세 살에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해 완성까지 5년 가까이 걸렸다”며 “고향인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를 떠나 뉴욕에 살면서 다층적인 소설의 구조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소설은 쇠락해가는 미국의 가상 도시 바카베일의 한 저가 아파트 주민들이 7월 한 주 동안 겪은 일을 다룬다. 바카베일은 자동차 산업으로 한때 번영했다가 쇠락한 그의 고향을 닮았다. 소설 원제인 ‘토끼장(The rabbit hutch)’과 같은 아파트에서 다닥다닥 붙어 사는 주민들은 저마다 배경은 다르지만 모두 외로움을 안고 산다. 그는 “고향에 미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공장이 있었지만 갑자기 문을 닫아 지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소설의 배경은 미국 전역의 이런 탈공업화 도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우주의 알

주인공들은 팍팍한 현실을 이기기 위해 기묘한 행동을 한다. 나이가 차 위탁가정에서 독립해야 했던 열여덟 살 소녀 블랜딘은 우연히 가톨릭 여성 신비주의자들의 이야기를 접한 뒤 초자연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육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자신의 몸을 칼로 찌르는 의식을 치른다. 건티는 “블랜딘은 항상 내가 보고 싶었던 ‘영웅’이다. 매번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마주치는 모든 것에 대해 열성적인 호기심을 갖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블랜딘은 위탁가정을 벗어나는 아이들이 참여하는 워크숍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소년 세 명을 만나 함께 산다. 그 과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불안한 면모가 잘 부각된다. 건티는 “미국의 위탁 청소년 중 절반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명 중 1명은 위탁가정에서 독립하는 동시에 집이 없는 상황에 처한다”며 “집에서 쫓겨난 아이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훨씬 많은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작품에는 모공에서 색색의 섬유가 자란다고 믿는 50대 남자, 자신의 부고 기사를 직접 작성하면서 죽음을 만났다고 주장하는 유명 여배우 등이 등장한다. 건티는 “‘낯설게 하기’는 내 글쓰기 과정의 필수”라며 “글을 살아 숨쉬게 하려면 모든 문장에 나 자신이 놀라야 한다”고 했다.

젊은 나이에 미국 문단의 샛별로 떠오른 그는 ‘준비된 작가’다. 20대 때 시를 많이 쓴 그의 아버지는 매일 밤 어린 건티에게 책을 읽어줬고, 매년 핼러윈마다 지역 도서관에 열리는 ‘어린 작가 콘퍼런스’에 참여해 작품을 발표하도록 했다. 그는 현재 두 번째 소설을 집필 중이다. 그는 “나는 기억할 수 있는 한 항상 이야기를 써왔다”며 “앞으로는 희곡과 시나리오, 시 등 새로운 형식의 글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