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3일간의 대선 투표 마무리 나발니 측 ‘정오의 시위’ 참여 촉구… 모스크바 검찰, 최소 47명 연행 반발 줄잇지만 푸틴 5선 확정적… 푸틴, 스탈린 넘어 36년 집권도 가능
투명한 투표함에 염료 투척 러시아 대선 첫 날인 15일 러시아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함에 염료를 들이붓고 있다. 러시아 전역에선 이번 대선에 항의하는 뜻에서 방화와 염료 투척 등 선거 방해 사건들이 잇따랐다. 러시아 독립언론 ‘소타’ 영상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종신집권 초석을 다지는 러시아 대선이 17일 마무리됐다. 사상 최고 득표율이 예상되지만 일부 투표소에선 푸틴 정권에 반발하는 방화와 염료 투척 등 ‘선거 방해’ 사건들도 잇따랐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으로 지난달 의문사한 알렉세이 나발니의 측근들도 시위를 촉구해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첫날, 러시아의 오데사 공격으로 최소 20명이 숨진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러시아 점령지인 동부 자포리자 투표소와 러시아 본토까지 공격에 나섰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親)정부 세력의 결집 계기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 모스크바 검찰청 최대 5년 징역형 경고
이미 푸틴 대통령의 5선은 확정된 분위기지만 푸틴을 반대하는 사건들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러시아 독립 언론 모스크바타임스는 또 다른 독립 매체 소타를 인용해 “선거 첫날인 15일 러시아 전역에서 최소 4명이 투표소에서 방화 공격을 했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에선 한 고령의 여성이 투표소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금되기도 했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같은 날 투표함에 녹색 염료를 쏟아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사건들도 발생했다. 엘라 팜필로파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염료 투척으로 체포된 사람들은 돈을 약속받고 사건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표가 시작된 뒤 “원격 전자투표에 대한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은 약 28만 건이 차단됐다”고도 밝혔다.
나발니 부인 “우리 의지 보여주자” 17일 독일 베를린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율리야 나발나야(가운데)가 한 러시아 여성과 포옹을 하고 있다. 의문사한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인 나발나야는 선거를 앞두고 “17일 정오에 투표소로 나와 현 정부에 대한 반대를 보여주자”고 촉구했다. 사진 출처 러시아 라디오 에호모스크비 홈페이지
● 대선 마지막 날 오전, 역대 득표율 근접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친정부 지지자 결집의 계기로 삼고 있다. 러시아 점령지인 도네츠크의 러시아 관리들은 “야만적인 공격으로 어린이 3명이 숨졌다”고 비난에 열을 올렸다. 러시아 외교부도 “대선을 방해하려는 도발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외에서 사건이 끊이지 않지만 푸틴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투표장 사진에서 보듯, 투명 투표함에 펼쳐진 투표지를 넣고 있어 사실상 공개 투표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나발니를 비롯해 주요 경쟁자들은 일찌감치 숙청되거나 선거에 나서지 못했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타스에 따르면 17일 오후 1시 50분 기준 투표율은 67.54%로 집계됐다. 투표 종료를 6시간여 앞두고 2018년 대선 투표율(67.54%)을 넘어선 것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투표율은 우리에게 영향을 주려고 했던 세력들에 대한 반응”이라고 평했다.
푸틴 대통령은 5선에 성공하면 2030년까지 30년을 집권하게 된다. 2012년 개헌으로 6선도 가능하게 만들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6선까지 하면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30년 통치 기록을 넘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