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은 압승에 대한 자신감으로 ‘강한 푸틴’의 면모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직접 충돌하면 3차 세계대전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 “러-나토 충돌하면 3차 세계대전 온다”
푸틴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을 통해 철권통치와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한 셈이 됐다. 선거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욱 강력한 집권 5기를 열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현지 언론 코메르산트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승리 직후 모스크바에 있는 선거운동본부에서 “러시아인의 의지를 외부에서 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서방 압박에 대한 수위도 끌어올렸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파병 시사 등으로 인한 러시아와 나토와의 직접 충돌 가능성에 대해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직접 충돌한다면) 본격적인 3차 세계대전과 한층 가까워진다는 건 모두에게 분명한 사실”이라고 위협했다.
지난달 16일 옥중 의문사한 최대 정적(政敵) 알렉세이 나발니의 이름을 사망 후 처음으로 공개 언급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가 세상을 떠났다. (죽음은) 항상 슬픈 일”이라며 “나발니 씨”라고 호칭했다. 지금까지는 나발니를 ‘그 사람’ 또는 ‘블로거’로만 지칭했다. 이어 “나발니 씨가 숨지기 전에 러시아를 떠나는 조건으로 서방 감옥의 러시아 죄수와 교환하자는 정부 구성원들이 아닌 동료들의 아이디어에 나는 동의했다”고 말했다. 나발니를 언급하는 게 더는 위협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발언으로 보인다.
● “러 점령지에서 주민 정체성 말살”
러시아가 이날 강제병합 10년을 맞은 크림반도에서 자행해온 ‘주민 정체성 말살 정책’을 우크라이나 점령지에도 적용하고 있다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의 보고서도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AI는 17일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불법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러시아 당국이 자포리자와 헤르손, 다른 점령지의 학교에서 자행한 지독한 세뇌와 강요의 증거를 문서화했다”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